이석연 위원장이 취임하며 국민통합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했다. 통합과 실용을 국정의 축으로 삼은 이재명정부에서 통합 어젠다를 이끌어갈 조직이 갖춰졌다. 이 위원회를 두도록 한 법령에는 ‘우리 사회에 내재된 갈등의 치유’가 설치 목적으로 명시돼 있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얻은 ‘갈등 공화국’ 오명은 선진국에 올라선 뒤에도 보수·진보의 정치 갈등에 계층 세대 젠더 갈등이 얽혀 악화일로를 밟아왔고, 지난 대선의 유권자는 이를 치유해 공동체를 복원할 통합의 리더십을 원했다. 그 선택을 받아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지, 이 위원장의 취임사에 적절한 비유와 함께 정리돼 있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더라도 말 위에서 통치할 순 없다(馬上得之 馬上治之).” 사마천 ‘사기’의 문구를 인용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논리로 집권했지만, 국정을 그 집권 논리로만 운영할 수는 없다. 이제 말에서 내려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과 번영을 위해 함께 가는 것”을 통합이라 규정했다. 이 문구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할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인용했던 것이기도 하다. 당시 이 대표는 “대선 끝난 지 2년이 다 돼 가는데 왜 극한 대립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돼야 하느냐”며 집권 후에도 말에서 내려 국민을 아우르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의 실패를 힐난하고, 이 대통령의 방향을 조언하는 말에 같은 문구가 인용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되는 데 동원했던 논리에서 벗어나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결국 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는 같은 말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대통령을 향해서 했다. 지금 민주당은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뒷받침하는 집권당의 길을 외면하고 있다. 협치를 거부하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강성 지지층에만 귀 기울여 입법 독주를 거듭하고 있다. 갈등과 대립을 더욱 키우는 일이 국론을 모아 안팎의 난국을 헤쳐가는 데 이로울 리 없다. 통합의 기치를 살려가려면 이제 이 대통령이 민주당이란 말에서 내려 좌우를 아우르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