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잘 지내고 계시는 부모님께 함께 살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해 애틀랜타로 오시게 했다. 사실은 두 분이 나를 위험에 빠지지 않게 보호하려고 기꺼이 오신 셈이었다. 그 무렵 나는 현지 교회인 이스트웨스트처치를 음악디렉터로 섬기며 목사님과 성도들의 기도 속에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예배가 끝나면 교회 권사님들이 다가와 내 손을 꼭 잡고 “Bless your hands(너의 손을 축복해)”라고 말해 주었다. 하나님은 그분들을 통해 예수님 사랑을 직접 느끼게 해주셨다.
그 교회에서 사역하던 2009년 지금의 아내 에스더를 만났다. 첫 만남에서 마음이 참 선하고 따뜻한 사람임을 느꼈다. 한눈에 ‘내 사람’임을 알아본 우리는 1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했다.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준 아내,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과 따뜻함을 누렸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 차를 몰고 여유 있는 삶을 살던 나였는데, 결혼 후엔 오히려 수입이 끊기고 생활이 빠듯해졌다. 집세는커녕 전기세조차 내기 어려워지면서 차도 팔아야 했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내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스트레스가 심해져 백내장이 생겼고 한쪽 눈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 2년 뒤 수술을 통해 회복했지만 그 당시엔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딸 예원이가 태어날 무렵부터 나는 거의 3년 동안 매일 같은 자리에서 기도하고 찬양하고 곡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밤새 기도하다 보면 아침 7시가 됐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오후에 일어나 첫 끼를 먹는 단조로운 삶이 반복됐다.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냈다. 그 시간은 아내와 부모님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짐이었을 텐데 그들은 나를 믿고 인내하며 기도해 주었다. 그 믿음이 나를 붙잡아 준 것 같다.
어느 비 내리던 새벽, 나는 마침내 예수님을 만났다. 여느 때처럼 기도하던 중 갑자기 가사가 떠올랐다. 단숨에 써 내려간 뒤 곡을 붙여 큰 소리로 불렀다. 갈보리 언덕 십자가에서 나를 바라보시는 예수님, 나를 원망하지 않으시고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시는 예수님을 그 자리에서 만났다. 그 예수님은 다른 누구를 위한 구세주가 아니라 바로 ‘나 때문에’ 십자가에서 죽으신 분이라는 사실이 가슴 깊이 박혔다. 그 순간 내 인생의 실타래가 풀리듯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이 보였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존재한다. 연약함과 부족함까지도 하나님은 버리지 않으시고 그 안에서 기적을 이루신다. 그날 새벽 성령님이 주신 이 곡 ‘나 때문에’를 눈물로 불러 하나님께 올려 드렸다. 잠자던 가족들을 깨워 함께 부르며 그 감격을 나눴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예수 십자가에 달리셨네/내가 무엇이기에 그 보혈의 사랑을 얻는가.” 이 찬양은 나를 살려낸 고백이자 인생의 분명한 전환점이 되었다.
정리=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