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스펙과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신약 시대의 유대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본래 학문 없는 범인’이라고 깔봤다. 그들에게 나사렛 출신 예수는 버림받아 마땅한 존재였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버린 돌을 머릿돌로 삼으셨다.
교회의 한 소년부 학생은 갑자기 걸린 희귀병으로부터 기적적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신적인 문제로 5개월간 학교를 쉬어야 했다. 아빠는 그런 딸을 무시하며 교회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 학생이 교회를 한번 가려면 엄마와 작전을 짜야만 했다. 그야말로 버린 돌 같은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소년부 예배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목사님이 “복음을 전하다 옥에 갇힌 바울을 본받고 싶은 사람”이라고 물었을 때 이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답했다. “저는 감옥에 가서라도 평화롭게 큐티하고 싶어요.” 집에서는 큐티조차 눈치를 봐야 했던 아이의 절절한 고백이었다.
그때 목사님이 아이를 앞으로 불러내어 친구들을 향해 “나를 본받으라”고 외치게 했다. 이 일로 힘을 얻은 아이는 집에 돌아가 무서운 아빠에게 용기 내어 말했다. “나는 교회 가는 게 너무 좋고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면 교회에 가게 해 주세요.” 그러자 그토록 교회를 반대하던 아빠가 교회에 가도 좋다고 허락해줬다.
만약 이 아이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이런 담대한 신앙을 가질 수 있었을까. 연속된 질병과 고통이 오히려 그를 진정한 믿음의 용사로 만든 것이다. 세상이 외면한 돌이 하나님의 손에서는 가장 귀한 머릿돌이 되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실패자였다. 하지만 회개하고 그 실패에서 돌이키니 오히려 진정한 증인이 됐다. 산헤드린 공회 앞에서 그는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담대히 선포했다.(행 4:20)
베드로와 요한이 고친 병자는 40년이나 일어서지 못한 채 살던 사람이었다. 그의 40년 인생을 지켜본 예루살렘 사람들은 그가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난 것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였기 때문이다. 40년이라는 세월은 절대 짧지 않다. 긴 시간 동안 그는 성전 미문에 앉아 구걸하며 살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그를 지나쳤을 것이다. 어떤 이는 동정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외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고쳐주지는 못했다. 그는 철저히 소외된 존재였다.
그런데 바로 그 40년의 기다림이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만약 그가 며칠 전에 다친 사람이었다면 혹은 아무도 모르는 외지인이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놀랐을까. 40년이라는 절망의 세월이 있었기에, 그의 회복은 더욱 놀라운 기적이 될 수 있었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로 세 번이나 직장을 그만둔 성도가 있다. 별명이 ‘버럭 박’ ‘혈기 박’일 정도로 화가 많은데 화를 내다 팔이 부러진 적도 있었다. 세상 기준으로는 문제투성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병상에서 “팔이 나으면 어떤 직장으로 보내시든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기도했다. 하나님은 그를 생각지도 못한 좋은 회사로 인도해 주셨다.
하지만 그의 문제는 없어지지 않았다. 온 가족이 주의력결핍 장애라서 집안이 늘 어수선하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니 무시당해도 화가 나지 않는다. 서로 비슷한 처지여서 욕하거나 불평하지도 않는다. 각자 약을 잘 챙겨 먹으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지금 그는 부부가 함께 교회에서 소그룹 리더로 섬기며 머릿돌처럼 굳건히 쓰임받고 있다.
버린 돌이 머릿돌이 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행 4:12) 구원의 이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그러니 우리도 절대로 버리지 말자. 내 약점을 버리지 말고 힘든 가족을 버리지 말며 절망적인 환경도 버리지 말자. 끝까지 버리지 말자. 결국 최고의 머릿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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