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회에서 음악 사역을 하며 매일의 삶 속에서 감사하는 법을 배워갔다. 훌륭한 연주자들과 협연하고 찬양 콘서트를 열며 미주 지역 곳곳을 다니는 기회도 얻었다. 그때만 해도 교회에서 예배 잘 드리고 착하게 살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줄로만 믿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론 모두 믿음이 깊어 보였고, 천사처럼 살아가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교회 안에도 시기와 질투, 교만과 판단이라는 세상적인 잣대가 존재했다. 그 속에서 나 역시 상처가 차곡차곡 쌓여 갔다.
특히 대형교회 음악 감독으로 사역하면서 화려한 타이틀과 안정된 생활을 누리던 나는 교인들과의 관계에선 자주 삐걱거렸다. 음악적 테크닉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는 능했지만 찬양팀원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서툴렀기 때문이다. 작은 의견 차이로도 쉽게 부딪혔다.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과 시기심, 억울한 루머들이 불거져 나왔다. 이것들은 나를 깊이 낙담하게 했다. 교회도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냉소가 점점 마음을 지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던 난 결국 3일 금식기도를 결심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기도원에 들어가 목이 터져라 부르짖었다. “하나님, 저 좀 붙들어 주세요. 혼탁한 세상으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낼 힘을 주세요.” 울부짖는 기도는 갈라진 목소리와 함께 메아리쳤다. 그러나 3일이 지나고 돌아온 건 탈진뿐이었다. 특별한 변화도, 즉각적인 응답도 없었다.
실망과 허탈에 지친 몸으로 연습실에 앉아 힘없이 건반을 눌렀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중얼거렸다. “내가 이렇게 기도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건가. 하나님은 정말 내 기도를 들으시는 걸까.” 그런데 보면대 위 성경책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가 선물해 주셨던 그 성경책은 마치 그 순간을 위해 펼쳐져 있었던 듯 특정한 말씀 구절 하나가 강하게 다가왔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 1:2~4)
마음 깊은 곳에서 멜로디가 솟구쳤다. 건반 위로 흘러나온 음표들이 하나의 곡으로 엮였고, 그렇게 내 첫 진정한 신앙 고백의 찬양 ‘너를 바로 세우심이라’가 탄생했다.
돌아보면 나는 늘 상처와 분노로 가득한 ‘싸움닭’ 같은 사람이었다. 교회에서도 사람들의 가식과 이중성을 참지 못해 화를 냈고 은혜보다 분노가 앞섰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나를 다듬고 계셨다. 교회는 완전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부족한 우리가 서로 부딪히며 빚어져 가는 훈련장이었다.
그 깨달음은 내 신앙의 성숙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나는 단순한 음악 기술자가 아니라 하나님이 찾으시는 예배자로 부름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부르심 속에서 나는 다시금 진정으로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정리=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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