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통어가 있습니다. 통역이 필요 없는 언어, 바로 웃음입니다. 웃음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작용이 없는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며 의학적으로도 웃음이 면역력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하루 15초만 웃어도 이틀을 더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심리치료사들은 억지로라도 웃어보라고 권합니다. 억지웃음이라도 웃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웃을 이유가 없어도 억지로 웃다 보면 마음이 풀어지고 기쁨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진정한 웃음은 단순히 인간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웃음입니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지 25년 만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그 기적의 순간에 사라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창 21:6)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약속을 이루셨고 그 성취의 자리에서 사라는 하나님이 주시는 웃음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기다림 속에서도 넘어지고 좌절하는 이유는 참을성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보다 현실을 더 크게 보기 때문입니다. 축구 해설가 이영표 집사는 인내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남이 참을 수 있고 나도 참을 수 있는 인내는 아직 진정한 인내가 아니다.” 참된 인내는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자리에서 하나님을 바라볼 때 나옵니다. 인간의 끝에서 하나님의 시작을 믿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인내입니다.
트리나 폴러스의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은 이 진리를 잘 보여줍니다. 애벌레만 보며 “끝났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새로운 세상, 곧 나비의 날갯짓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절망의 자리에서도 소망을 말하고 눈물 가운데서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인간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이 바로 하나님의 약속이 빛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본문 속 ‘사라의 웃음’은 단순한 쾌락의 웃음이 아닙니다. 따뜻한 위로의 웃음, 기쁨과 만족의 웃음, 하나님의 약속이 이뤄졌다는 확신의 웃음입니다. 아들의 이름 이삭에는 ‘하나님이 웃게 하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웃음(샤하크)이 아닌, 하나님이 주시는 웃음(이츠하크)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의학적 비유를 나눌 수 있습니다. 뇌졸중을 영어로 ‘스트로크’라고 하는데, 신경과 의사들은 STR이라는 간단한 세 가지 검사를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스마일(Smile·웃어보기), 토크(Talk·말하기), 레이즈(Raise·두 팔 들어보기).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즉시 응급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육신의 건강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적인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신앙생활 가운데 주님이 주신 기쁨과 감사가 있습니까. 신앙고백의 확신, 찬송과 기도의 고백, 말씀을 전하는 뜨거움이 있습니까. 두 팔 벌려 주님께 경배하는 온전한 예배자로 살고 있습니까.
김종헌 목사(인천 서광장로교회)
◇김종헌 목사는 건국대와 백석대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인천 서광장로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전도와 섬김-밥 주는 교회, 밥 되는 성도’를 교회 표어로 삼고 개인 성결·가정 행복·이웃 봉사·영혼 사랑을 목표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인천중앙노회 노회장을 역임했으며 총회 세계선교회·열방선교회·열두선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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