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의 세월이 길어지며 죽음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졌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온몸은 찢기는 듯 고통스러웠다. 매일같이 속으로 되뇌었다. “제발 그만하고 싶다. 다시 살아보고 싶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 심정으로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항공권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됐는데, 친구 도움으로 간신히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기내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드디어 내가 쉴 곳, 부모님 품에 돌아가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큰형이 마련한 업스테이트 별장에서 지내고 계셨다. 맑은 공기와 호수, 숲길이 있는 자연 속에서 처음 몇 주는 평온했다. 부모님의 사랑과 자연의 품 안에서 약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금단현상은 여전히 집요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숲길을 걸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던져버리고 긍정의 미래를 그리려 애썼다.
그러던 중 큰형과의 작은 갈등으로 집을 떠나야 했다. 마지막 보금자리를 또 잃게 될 순간, 어머니가 몰래 도와주셨다. 어머니가 된장을 만들어 팔며 따로 모아둔 돈으로 뉴저지 인근에 작은 방을 마련해 주신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몸부림치듯 약을 잊고, 생계 수단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던 중 신문에서 밴드 연주자 모집 광고를 발견했다.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꿀 여정의 시작이었다. 일자리가 있는 롱아일랜드를 가려고 맨해튼 42번가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였다. 한 히스패닉 남자가 다가와 마약을 팔겠다고 속삭였다. 순간 온몸이 떨렸다. 겨우 중단하고 있던 마약에 대한 갈망이 되살아났다.
그런데 그때 난 주머니 속 돈을 꺼내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가서 먹을 것 좀 사 먹어.” 나 자신도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온 순간이었다. 눈앞의 그는 뼈만 남은 몰골로 자신을 팔고 있었다. 그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연민과 긍휼로 인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거리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펑펑 울었다. 기차에 올라탄 뒤로도 40분 내내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마구 뒤흔들렸다. 부모님의 사랑, 어머니의 눈물 섞인 도움, 그리고 거리에서 마주한 절박한 인간의 얼굴이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나를 깨웠다.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 약을 거절했고, 끊기로 결단한 의지를 행동으로 옮겼다.
물론 회복은 단번에 오지 않았다. 금단 증상과 후유증은 여전했고 불안과 갈망은 때때로 몰려왔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알았다. 내 안에 약을 이길 힘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며 나는 그 힘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번 무너지던 내 결단이 실행된 건 그걸 하나님이 붙들어주셨기 때문이었다. 그분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나는 다시 무너졌을 것이다. 맨해튼 42번가 한복판에서 흘린 눈물은 내 진정한 회복의 씨앗이자,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여는 시작이 되었다.
정리=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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