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계의 임영웅’ ‘대형교회 사역을 내려놓고 교회를 개척한 분’. 최근 취재진에게 출석 교회 담임목사를 소개하는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이메일 발신자는 아직 직분도 받지 않았다는 이 교회 성도. 그는 “40명으로 시작된 교회지만 신앙생활이 너무 즐겁다”며 “알려지지 않은 한국교회를 알리는 일에도 관심이 있다면 담임목사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메일에 교회 소개차 첨부된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니 담임목사의 찬양을 포함해 200개 넘는 영상이 올라와 있었고, 교인보다 몇 배 많은 1100여명이 이 교회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었다.
메일의 주인공은 경기도 파주 한소망우리교회(윤주용 목사)의 성도였다. 윤주용(44) 목사는 경기도 파주 한소망교회 부교역자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15년간 한소망교회에서 사역했다. 한소망우리교회는 불과 9개월 전 개척된 교회인 셈이다. 그럼 개척 1년도 안 된 이 교회 성도는 왜 이런 메일을 보냈을까. 지난 5일 교회에서 만난 윤 목사는 개척 스토리를 들려줬는데, 교회를 개척하기까지 적지 않은 내적 갈등이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23년이다.
“한소망교회 류영모 목사님께 설교와 예배, 양육 등 목회 전반에 관한 거의 모든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다음’이라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길은 두 가지였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더 사역하면서 다른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든지, 아니면 나가서 개척을 하든지.”
한소망교회 부교역자로 좀 더 사역하면 겉보기에 더 안정적인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조금 더 기다리라”는 만류도 있었고, “다른 교회 담임 청빙을 검토해보라”는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윤 목사는 1년간 기도하면서 교회가 없는 지역에 교회를 세우기로 했다. 그는 “‘요즘 같은 때엔 개척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역시 개척하는 건 아니겠지’ 부정했다”면서도 “그럼에도 개척에 대한 부담은 사라지지 않았고, 1년을 기도한 뒤 개척을 다짐했다”고 했다.
어렵사리 개척을 다짐했지만, 실제 개척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석 달간은 식당과 다른 교회 부속실을 돌아다니며 예배했다. 임대료가 감당되지 않아 선택한 자리였지만, 성도들은 장소보다 함께 예배드린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뒀다.
건물도 없던 교회가 온라인 사역을 시작한 건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다른 교회 온라인 예배 말고 우리 교회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그들의 말을 떠올리며 윤 목사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부교역자로선 가지지 못했던 마음이었다”며 “담임을 맡으니까 진정한 의미의 ‘우리 성도님’이 생겼다”고 말했다.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세워 시작한 온라인 사역은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로 발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 성도가 노트북부터 카메라까지 가져와서 미디어 봉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5명으로 구성된 팀이 만들어져 온라인 예배뿐 아니라 찬양과 말씀, 교인들의 일상 콘텐츠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매주 올라온다. 윤 목사는 “지난달엔 영상을 보고 ‘교회가 이렇게 행복한 곳이었구나’란 댓글을 단 뒤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한 가나안 성도도 있다”고 전했다.
윤 목사는 “어떤 분들은 식사로, 어떤 분들은 교사로, 또 어떤 분들은 온라인 사역으로 각자의 은사와 달란트대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며 각 분야에서 자신보다 사역을 더 잘하는 교인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전 평생 목회만 했기에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며 “하나님께서 저를 대신해 함께 교회를 세워갈 성도님들을 붙여주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교회는 함께 지어져 가는 공동체”라며 “목회자가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교회는 더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한소망우리교회 이름의 뜻은 ‘하나의 소망을 품은 우리, 하나의 소망으로 함께 지어져 가는 교회’다. 비전으로 삼은 말씀은 에베소서 2장 22절.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간다”는 말씀이다. 윤 목사는 “좋은 병원에 환자가 많듯, 좋은 교회는 영적으로 아프고 모난 이들이 많은 곳”이라며 “유기적인 공동체로 모든 세대가 어울리고 서로 환대하며 함께 성숙해가는 공동체를 꿈꾼다”고 했다. 지난 4월부터 상가 2~3층을 임차한 교회엔 현재 성도 10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교회는 매달 첫째 주 모든 세대가 함께 예배드린다.
윤 목사는 개척을 고민하는 목회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처음엔 개척이 자신의 사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재정적 부담과 가족에 대한 걱정도 개척을 주저하게 했다. 하지만 이젠 이렇게 확신한다.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시고 하나님이 동역자들을 붙여주신다고, 주님의 교회는 주님이 세우신다고. 그는 “두려움을 주는 파도를 보지 말고 파도 위에 서 계신 주님만 바라보길 원한다”며 “교회가 많다고 하지만 교회 없는 지역이 여전히 많다. 교회가 없는 곳에 교회가 개척되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파주=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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