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로봇이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전화를 받고 있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로봇을 건드려 로봇이 균형을 잃게 된다면 로봇은 아이를 먼저 챙길까, 손에 든 휴대전화부터 잡을까. 이렇듯 짧은 순간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로봇이 어떻게 환경을 감지하고 인식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시각, 청각을 넘어 촉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효상 네덜란드 에인트호번대 교수는 로봇이 어떻게 접촉, 압력, 온도, 진동 등을 감지하고 인식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열린 한-유럽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5)에서 “최근 로봇에 관한 연구는 일상생활에서 로봇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로봇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표 주제인 ‘로봇 피부’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부터 진행됐다. 전쟁 후 의수와 의족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연구가 본격화했다. 당시에도 로봇 피부에 대한 개념은 있었지만 기술적 한계 때문에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최근에는 기술과 재료의 발전으로 로봇 피부에 대한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교수는 “하드웨어만 따지자면 지금도 로봇 피부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잘 쓰느냐는 것”이라며 “로봇 피부를 잘 만들려면 신호처리 방법이 발전해야 하고 인공지능(AI)이 잘 쓰일 수 있는 형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과거에는 어려웠던 문제들이 순식간에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여한 호프만 마테 체코 공대 교수도 로봇 촉각 센서의 활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로봇을 목소리로 조작하기 어려울 때, 로봇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며 “촉각을 가진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세광 경북대 교수는 “비전(시각) 기반의 촉각 센서는 압력이나 진동, 감촉은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촉각 센서 연구에 멀티모달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리적 접촉을 로봇 전신에서 감지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로봇은 위험한 상황에 물리적 접촉을 피하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로봇 피부에 대한 연구가 고도화하면 로봇이 충돌을 감지하고, 더 나아가 로봇이 사람과 가까이 생활할 수 있도록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로봇이 충돌의 성격을 파악하고 행동하도록 진화하면 일상에서 더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로봇 피부에 대한 연구는 단순하게 충돌을 감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충돌의 종류가 무엇인지 의미를 파악하는 데 있다”며 “센서 설계와 추론 모델 연구가 모두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빈=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심희정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