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충식씨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특정 인사를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추천하려다 무산된 정황이 드러났다. 김씨 수첩에선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총선 출마 희망 지역으로 추정되는 메모도 발견됐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서울의 한 대학 A교수를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측에 추천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6월 김씨의 경기도 양평 소재 창고 인근 짐 더미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 A4 용지 한 장짜리 문건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여사님’으로 시작하는 문건에서 ‘대통령 내외께 여러모로 도움이 될 만한 인물 하나를 천거하고자 한다’며 ‘국무총리실 ○○차장을 지냈고, 지금은 ○○대 소장으로 있는데 참 유능하고 비범한 사람’이라고 A교수를 소개했다. 김씨는 줄곧 A교수가 전략을 세우는 데 능하다는 것부터 ‘총리를 ○명 보좌해 대통령께서 중요한 고비마다 긴요한 조언이나 보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장점을 부각했다. 또 ‘우선 이 사람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시켜 두시고 필요시마다 다양하게 활용하시면 두 분의 장자방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건은 ‘김충식 근필’이라는 표현으로 끝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교수는 당시 총선에서 비례대표가 아닌 국민의힘의 험지로 분류되는 경기도 한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김씨 창고 인근에서 발견된 2023년 수첩에는 대통령실 인사들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2023년 8월 3일 페이지에는 ‘△△△ ▲▲비서관 고양 출마’ ‘●●●: 용인시 처인 출마’ ‘□수석: 예성’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실제로는 당시 △ 전 비서관 출마론만 거론됐을 뿐 그가 출사표를 내지는 않았다. ● 전 행정관은 한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다른 인사가 전략공천되며 낙천했다.
다만 이들의 출마 또는 낙천 과정에 김씨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가 최씨와 오랜 동업자 관계를 맺어왔지만 윤석열정부 때 권력 주변부를 맴돌았다는 평가도 있다. 한 야권 의원은 “김 여사 일가와의 인연을 이용해 대통령 부부 이름을 팔고 다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문건과 관련해선 “내가 작성한 게 아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여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김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특검은 우선 김씨가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시행사이자 김 여사 일가 회사인 ESI&D의 전신 방주산업의 이사를 지낸 사실에 먼저 주목한다. 공흥지구와의 관련성부터 들여다보며 김씨를 둘러싼 다른 의혹도 차츰 규명해나갈 전망이다. 공흥지구 의혹은 ESI&D가 양평군 공흥리 일대 2만2411㎡에서 350가구 규모의 아파트 도시개발사업을 벌이면서 개발부담금 면제 특혜 등을 받아 100억원 넘는 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이다.
박장군 박성영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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