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뿐 아니라 자연과학 인문학 문화 예술 등을 아우르는 연구를 해 온 ‘경계를 뛰어넘은 신학자’ 한태동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1세.
1924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한 교수는 47년 상하이 성요한대(세인트존스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웨스트민스터신학교를 51년 졸업했다. 이후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57년 한국에 돌아와 90년까지 33년 동안 후진 양성에 매진했다. 신학과 의학, 중국학, 갑골문자, 유불선 연구, 인지과학, 수학 등까지 넘나드는 종합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학문적 사고의 틀을 제시했고 한글 창제에 대한 음성학적 연구로 2002년 외솔상, 2008년 용재백낙준학술상을 수상했다.
특히 신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도 학문적 소양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인 연세대 신과대 최형묵 동문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유하는 방식을 일깨우는 한 교수님 수업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꽉 들어차 언제나 대형 강의실에서 진행됐다”면서 “‘됨됨으로 살라’며 자기답게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주신 것 또한 기억에 남는다”고 추모했다.
연세대 신과대 김현숙 학장은 “신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신 학자”라며 “특히 연세 신학공동체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연세대 정미현 교목실장은 “거동이 불편해지시기 전까지 대학교회 맨 앞자리를 늘 지키던 성실한 신앙인이자 사모님과 함께 끼니를 염려하는 학생들을 사랑으로 살피시던 실천가”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연세대 대학교회 김동환 담임목사는 “80~90대 스승님들의 스승이자 대학교회의 기둥 같은 교우님이셨다”고 추억했다.
한 교수는 지난 6월 95세로 소천한 아내 홍근표 기독간호대 명예학장과 함께 나눔으로도 세상을 빛냈다. 2015년 연세대 인근 454㎡의 땅을 학교에 기부했고, 용인세브란스병원 등에 1억3000여만원을 내놓은 바 있다. 한 교수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한진교(1887~1973) 선생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해송양행을 설립해 운영한 수익금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고인은 연세대 신과대학장, 연합신학대학원장, 대학원장, 전국신학대학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2남 1녀를 두고 있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17일 마련됐다. 장례예배는 연세대 대학교회(김동환 목사) 주관으로 18일 오전 11시30분 서대문구 연세대 내 루스채플에서 드린다. 발인은 19일,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 영락동산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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