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 학창 시절 전교생 앞에 혼자 불려 나가 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수치스러웠고 시간이 지나도 자꾸 떠오릅니다.
A : 창피한 기억이 자꾸 생각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직 내 안에서 정리가 완전히 되지 않은 기억이라는 신호일 테고 직면하기 창피한 기억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경험이 더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학창 시절이라는 발달단계입니다. 발달상으로도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시기이기에 전교생 앞에 불려 나가 매를 맞고도 그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만큼의 탄력성을 아직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으로는 혼자 불려 나갔다는 것이 이 기억을 더 수치스럽게 만듭니다. 만약 20~30명이 함께 불려 나갔다면 이 일은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었겠지만 혼자 다수 앞에서 매를 맞았다는 사실은 무력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다수 앞에 소수는 별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전교생이 나를 비난하는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런 기억은 ‘그날 내가 유독 운이 없었어’ ‘그 시절 참 야만적이었다’는 생각들로 내 안에서 넘겨져야 하는데 보통 나 자신을 더 비난하고 자책합니다. 이것이 수치심이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일단 나를 무력하게 만들어 상황을 형평성 있게 보기 어렵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것보다 자신을 더 비난하게 만드는 것이죠.
우리에게는 완벽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적절한 좌절 경험을 통해서 하나님께 의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경험은 적절한 좌절을 넘어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제 수치스러운 기억을 긴 호흡으로 충분한 시간과 함께 마주해 보십시오. 중요한 것은 비난 없이 자기 자신을 바라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그 기억을 마음으로 안아주고 힘들었을 나를 품어주세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벗은 것을 알아차린 아담과 하와에게도 겉옷을 입혀 주신 사랑의 하나님께서 우리의 수치스러운 기억에도 옷을 입혀 주시고 사랑으로 동행해 주실 겁니다.
정푸름 교수 (치유상담대학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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