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는 사상 첫 총경회의가 열렸다. 윤석열정부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꾸린 지 71일 만이었다. 총경회의 현장에만 55명이 참석했고 온라인으로도 140여명이 참여했다. 또 참석하지 못한 총경 365명도 실명을 명시한 무궁화 화분을 회의장으로 보냈다.
‘경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총경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립을 두고 과거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쿠데타’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유윤상 전 총경은 6일 “총경회의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이 법적·논리적 근거가 있는지, 다른 나라 입법례는 어떤지 따져보는 학술적인 자리였다”며 “비분강개한 얘기는 없었고 어느 누구도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회의 시작 전까지만 해도 경찰 지휘부 내에서조차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A총경은 “총경회의는 총경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전체 경찰관들의 우려를 대표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참석하려 했는데 주변에서 말려서 못 갔다고 들었다. 참석자들 의견을 들을 생각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가 열린 7월 23일 전후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윤 전 청장은 ‘1부 행사 종료 시 해산, 논의 내용 외부 유출 금지’ 등의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경찰청은 회의 종료 직후 류삼영 전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참석자에 대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 “형사적 범죄”라는 등 참석자들을 향해 극언을 쏟아냈다. B총경은 “지휘부와도 공감대가 있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말라는 우려 표시가 없었다”며 “하지만 회의가 시작된 후 분위기가 급변해 중단 요구가 오고 감찰이 시작됐다. 정상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총경급 중간관리자들이 정부 시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인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었다. 이 전 장관도 이를 겨냥해 “모임을 주도한 특정 그룹이 있다”,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훨씬 앞서서 출발하고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직격했다.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에 경찰의 반발 동력은 급속히 약화됐다. 경감·경위급 경찰관이 추진하던 전국경찰관회의는 무산됐고 경찰국은 2022년 8월 2일 공식 출범했다.
김이현 조민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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