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따냈다. 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미국에 제안한 이후 성사된 첫번째 MRO 수주다. 미 해군과 MRO 부문 협력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t급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사진)’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6일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첫 미 MRO 사업이다. 앨런 셰퍼드함은 길이 210m, 너비 32m, 높이 9.4m 규모로 2007년 취역했다. 해군 출신으로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된 앨런 셰퍼드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9월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안벽(배를 접안시킬 목적으로 만든 시설)에서 정비를 시작한다. 프로펠러 청소, 각종 탱크류 정비, 장비 검사 등을 거쳐 올해 11월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는 “이번 수주는 정부의 마스가 제안 이후 이뤄진 첫 수주로 의미가 크다”며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MRO 사업은 그 자체로 큰 시장이지만 미 해군 함정 건조를 위한 징검다리로서의 의미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미 해군은 함정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낡은 공공 조선소, 기술력 저하, 숙련 인력 부족 등으로 자국 군함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정비 대상이었던 미 해군 함정 중 약 3분의 1은 아직도 수리가 완료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예정된 배치·훈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군함도 다수다. USS보이시 잠수함은 2015년부터 10년째 작전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약 600척에 달했던 미 해군 군함은 2024년 말 기준 295척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사들은 군함과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지난해 8월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의 MRO 사업을 수주했고, 지난 3월 인도한 바 있다. 지난 달엔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보급함 찰스 드류함의 정기 수리 사업도 따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필리핀 수빅 해군기지에 함정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필리핀에 인도한 호위함 2척에 대한 MRO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와 전투함·지원함 협력, 선박 생산 효율화, 기술 자동화 및 인공지능 적용, 공급망 협력 및 인력 교육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은 미 해군의 핵심 전력을 뒷받침할 함대를 재정비 하는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측과 본격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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