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대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지적하며 상호관세를 이미 통보한 25%보다 크게 인상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인도는 러시아에서 석유를 대규모로 사들이고 재판매하며 큰 이익을 얻고 있다”며 “그들은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의해 우크라이나인이 얼마나 많이 죽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인도에 대한 관세율을 상당히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인도에 ‘관세율 25%+α’ 카드를 꺼내 들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에 미온적인 러시아의 ‘돈줄’을 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들의 제재로 자원 수출길이 막히자 원유를 중국과 인도에 팔아 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의 47%를 중국, 38%를 인도가 사들이고 있다.
인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인도는 우크라이나 무력충돌 이후 러시아산 석유 문제로 미국·유럽연합(EU)의 표적이 됐다”며 “인도는 전통적인 석유 수급 물량이 유럽으로 옮겨간 뒤부터 러시아산을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익과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인도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유는 농업 시장 개방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인도는 당초 영국에 이은 두 번째 협정 체결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수입 등을 놓고 미국과 대립하면서 아직까지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
AP통신은 “수년 전 대규모 농민 시위를 겪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농업 시장 개방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모디 총리는 2020년 농업개혁법을 통과시키려다 그해 11 월부터 1년간 뉴델리에서 벌어진 농민 시위에 굴복해 입법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트럼프의 공세가 계속되자 인도 정유사들은 자체적으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 “인도 최대 정유사인 인도석유공사가 미국과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입찰을 통해 총 700만 배럴의 9월 인도분 원유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러시아산을 대체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도 정유 산업의 60%를 책임지는 기업들이 러시아산 수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2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