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3연임 도전 시사한 오세훈, 주택문제 해결에 승부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8기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며 현장 소통을 강화하는 등 안팎으로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밖으로는 현장 시찰을 통해 직접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가 하면 안으로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으로서 의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의 행보가 10개월 남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포석이란 말이 나온다. 현장성을 강조해 정책적 안정성 및 연장성을 확보하고 연임 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시 차원에서 주택 공급에 집중하는 등 부동산 문제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6일 “오 시장이 사실상 3연임 도전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서울은 정치 생존선이나 마찬가지”라며 “서울에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전국 단위 정당으로 존속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오 시장도 이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시정 후반부 들어 가장 먼저 추진한 건 ‘아침 현장 소통’이다. 지난달 15일 남산을 시작으로 주 1회 아침 시간에 시민과 만나고 있다. 남산에선 러닝 크루 회원들과 서울시청 남산청사 샤워장을 둘러봤다. 오는 10월이면 남산에 신규 샤워장이 정식 개장하는데, 이 역시 시각 장애인 러닝 크루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오 시장의 현장 행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달에만 8건의 현장 시찰을 나갔다. 4월 5건, 5월 4건, 6월 4건에서 배로 늘었다. 지난달 초 해외 출장 일정을 감안하면 매주 3차례 현장을 찾은 셈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현장 소통을 더 하겠다고 했다. 평소에도 현장과 멀어지면 정책이 바로 세워지지 않는다고 자주 말했다”고 설명했다.

시민과 소통 채널 확대를 위해 스레드와 엑스(옛 트위터) 활동도 시작했다. 오 시장은 그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는 서울시정을 소개하거나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입장을 올려 왔으나, 스레드나 엑스는 계정만 만들어 두고 따로 활동을 하진 않았다. 오 시장은 스레드에 올린 첫 글에서 “이 공간에서는 서울살이에 꼭 필요한 정책과 정보, 여러분의 일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겠다”고 했다.


오 시장이 임기 말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부동산 문제다. 오 시장은 임기 중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정비사업 절차 단축에 집중했다. 특히 임기 후반 들어 주택 공급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문제가 서울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매듭”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현장도 자주 찾고 있다. 지난달에도 광진구 자양4구역,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현장과 양천구 목동6단지 재건축 지역을 방문해 도시 정비사업의 속도전을 거듭 강조했다. 현장에서 곧바로 ‘주택 공급 촉진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이다. ‘주택진흥기금’을 통해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안정세는 대출 규제로 만든 인위적 현상이다. 곧 가격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공급이 주요 이슈가 될 텐데 아직 정부는 공급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시장이 주거 문제 해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서울시민의 평가가 오 시장의 향후 정치적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민심의 흐름이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시도지사 직무 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은 ‘잘하고 있다’가 41%, ‘잘못하고 있다’가 48%였다. 지난해 하반기 ‘잘하고 있다’ 48%, ‘잘못하고 있다’ 37%에서 긍정적인 평가는 줄고, 부정적 평가는 늘었다. 올 초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과정에서의 논란이 평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많다.

최근 서울시가 ‘주택부동산 정책 수석’이라는 새로운 정무직 자리를 신설한 것도 이러한 평가 흐름을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토허제 실책 이미지를 벗고 정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오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시정 운영 외에도 여의도 정치권과의 접점도 넓혀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중진으로서 당 내부를 향한 혁신의 목소리도 자처해서 내고 있다. 젊은 정치인들과도 활발히 소통하며 당내 균형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개인의 정치적 브랜드 강화와 당 내부 혼란과 구별되는 정치적 차별화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은 국민의힘에게 상징적 거점이자 수도권 전체 판세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당 상황이 좋진 않다.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고, ‘우경화’에 민심 이반 조짐도 보이는 상황이다.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 탈환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정치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사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내년도 지자체 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라며 “만약 제대로 실현이 안 됐을 경우 국민의힘은 상당 기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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