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를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3일 남부지방에 내린 극한호우에 또 다시 침수 피해를 입은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신안교 일대 주민들은 4일 오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오락가락 하는 빗줄기를 맞으며 주택과 상가에 들어찬 물을 빼내느라 흠뻑 젖어 있었다. 지난 침수로 힘들게 닦아 넣은 가재도구와 집기들은 다시 물에 젖은 채 건물 밖으로 꺼내졌다. 쓰레기와 수풀이 떠내려온 인근 배수로에선 준설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60대 주민 A씨는 “이제 좀 정리가 되나 싶었는데, 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릴 줄 알았느냐”며 “지난달 17일 큰 비가 내린 이후에 정확히 17일 만에 다시 침수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신안동 주민들은 지난달 극한호우 당시 ‘물그릇’ 역할을 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서방천 홍수 방어벽 철거를 강하게 주장했다. 주민 B씨는 “과거엔 큰 비가 내려도 빗물이 모두 서방천으로 빠졌는데, 홍수 방어벽이 세워진 뒤로는 빗물이 홍수 방어벽에 막혀 오히려 마을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주민은 “이번 비에 홍수 방어벽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빗물이 그곳으로 흘러 나가면서 오히려 피해가 적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간당 최대 142.1㎜의 폭우가 쏟아진 전남 무안에서는 60대 남성 1명이 강한 물살에 떠내려갔다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당국은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다.
무안과 함께 한때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던 전남 함평에서는 주택 50가구와 상가 46곳이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민 32명은 침수·범람 우려에 인근 주민자치센터와 학교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축사 침수도 발생해 닭 6만2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번 집중호우로 부산과 대구, 광주, 충남, 전남, 경북, 경남 등 7개 시·도, 30개 시·군·구에서 2130세대 3009명이 임시 대피했다. 이 중 1500세대, 2024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한 상태다.
지역별 총강수량은 전남 무안이 289.6㎜로 가장 많았다. 경남 합천 212.7㎜, 경남 산청 200.0㎜, 광주 197.9㎜, 전남 담양 197.0㎜, 경북 고령 196.5㎜, 전남 곡성 190.0㎜, 전남 구례 189.5㎜ 순이었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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