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1500억 달러(208조원) 규모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면서 양국 협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 ‘빅3’인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한·미 조선 협력 대응을 위한 전담 조직을 가동했다. 각사의 임원과 직원이 한 명씩 참여한 TF는 최근 상견례를 했고, 여름휴가 기간(8월 초·중순)이 끝나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TF는 정부가 추진하는 대미 조선 협력 패키지에 발맞춰 기업 차원의 구체적인 참여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TF는 한·미 조선 협력의 다양한 실행 방안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조선업계의 수요를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로서의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구호인 ‘마가’에 조선업을 더해 이름 붙인 사업이다. 정부는 총 3500억 달러(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중 1500억 달러를 조선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단일 업종 기준으로는 가장 큰 투자 규모다. 마스가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현지 신규 조선소 건설과 유지·보수(MRO), 숙련 인력 양성, 선박 공동 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명장 등 전문가들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선 TF가 투자 대상 선정, 현지 파트너십 체결 등 사업 실행을 뒷받침할 실무 조직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조선업 전용 펀드 관련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펀드는 국내 조선사들의 대미 투자를 공적 금융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각사의 대미 투자 기조가 달라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현지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현지화에 적극적이다. HD현대는 현지 조선사와 건조 협력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현지 조선소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TF를 통해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조선업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군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핵심 선종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러한 수요에 맞춰 기술과 설비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입지를 넓힌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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