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인 ‘국내생산 촉진세제’가 새 정부 첫 세제 개편안에서 제외되며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도입 필요성을 시사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대미 통상 마찰 우려 등으로 결국 중장기 과제로 분류됐다. 여당은 정부에 적극적 검토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도입 여부와 시점 모두 불투명한 상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제 당국은 국내생산 촉진세제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배 등 통상 마찰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개편안에서 제외했다. 이 제도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기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롯해 일본 등 주요국이 시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대선 과정에서 “정부가 길을 내 기업들이 잘 달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국내 생산된 반도체에 10% 세액공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구 부총리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제외 이유로 “국내 생산에 대한 지원이 자칫 수출 보조금으로 규정돼 덤핑방지관세 등의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정부 보조금’이 대표적 무역 장벽으로 지목된 점도 부담 요소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과 한국은 통상 여건에 차이가 있다”며 “각국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본 뒤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 의원들은 국내 산업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심의 절차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월급쟁이들의 유리 지갑을 지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던 근로소득세 개편도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한국의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이 이미 주요국 대비 낮은 상황이라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지난해 기준 평균임금의 67% 구간에서 3.57% 수준으로 분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8%나 주요 7개국(G7) 평균(12.2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 거론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선 안 되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월세 세액공제 확대는 주말부부·3자녀 이상 가구로 적용 범위 등이 넓어졌지만, 함께 언급한 통신비 세액공제는 빠졌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