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6분기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1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이란 시장 예상에 한참 못미치는 4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 등을 기반으로 ‘상저하고’의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31일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매출 74조6000억원, 영업이익 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DS 부문 영업이익은 반도체 침체기였던 2023년 4분기 2조1800억원 적자를 낸 이후 가장 적었다. 실적 부진의 이유로는 약 1조원 수준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과 낸드플래시 시장 불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적자 누적 등이 꼽힌다.
시장에서는 DS 부문이 그나마 적자를 면한 데는 HBM3E(5세대), 고용량 DDR5 등 메모리 사업이 실적을 받쳐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양산 예정인 6세대 HBM인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HBM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30% 수준 증가했고, HBM 전체 수량 중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후반까지 확대됐다”며 “내년 HBM4 수요 본격화에 맞춰 적기에 공급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빅테크 AMD에 HBM3E 12단 개선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브로드컴에는 HBM3E 8단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대형 고객’ 엔비디아에는 아직 HBM3E의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최근 테슬라와 22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파운드리 사업부는 첨단 2나노 공정을 앞세워 추가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와의 계약이 매출에 기여하는 시점은 2027년을 시작으로, 2029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으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용 칩 AI6를 생산할 예정이다.
반도체와는 달리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2분기 실적을 견인한 동력이었다. 전체 영업이익 4조7000억원 중 3조1000억원이 MX·네트워크 사업부에서 발생했다. 갤럭시 S25가 출시된 1분기 대비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견조한 판매가 지속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했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는 확장현실(XR) 헤드셋과 트라이폴드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TV를 담당하는 VD사업부는 실적이 하락했지만, 생활가전은 에어컨 판매 호조와 인공지능(AI) 가전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하만은 오디오 판매 호조와 전장 사업의 비용 효율화로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실적과 관련해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전 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면서도 “AI와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산되며 IT 시황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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