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31일 진행됐다. 내란 특검은 계엄 주무장관인 이 전 장관이 불법 계엄을 방조한 것에서 나아가 적극 동조한 ‘내란 공범’이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특검 측에선 이윤제 특검보와 국원 부장검사 등이 16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와 의견서 300여장을 준비해 혐의와 구속 필요성 소명에 나섰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은 중대한 국헌문란 행위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장관이 계엄 주무장관임에도 계엄을 막는 등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계엄에 적극 가담한 공범이라고 보고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에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실제 단전·단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특검은 허석곤 소방청장 등이 해당 지시를 하달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범죄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반면 이 전 장관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앞선 경찰 조사 등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고, 단전·단수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적도,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다.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은 당시 증언을 허위라고 보고 있다. 특검이 확보한 대통령실 CCTV 영상에는 계엄 선포 국무회의 후 이 전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문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담겼는데, 특검은 이 문건에 윤 전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 내용이 있다고 의심한다. 특검은 해당 장면을 법정에서 공개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은 비상계엄 공모·방조 의혹을 받는 국무위원들의 수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검은 조만간 계엄선포문 사후부서(서명) 등 의혹을 받는 한 전 총리를 추가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한 전 총리 측근인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계엄 해제 직후 ‘안가 회동’ 구성원이기도 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도 특검에 소환될 전망이다.
양한주 신지호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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