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가 합병한다. 연내 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본확충도 결의했다. 이는 SK그룹이 진행 중인 리밸런싱(사업 재조정) 작업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화 사업 핵심 자회사인 두 곳을 합쳐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고 사업 시너지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온·엔무브 합병을 의결했다. 합병은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출범한다.
이번 합병은 SK온의 재무 부담을 덜고 SK엔무브의 기술력을 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K온은 2020년대 들어 조 단위 투자가 진행됐으나, 중국 업체의 공세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1270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에 비해 SK엔무브는 2023년 9995억원에 이어 지난해 68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룹 내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이번 합병으로 SK온은 자본 1조70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8000억원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SK 측은 사업적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제조 회사이고, SK엔무브는 전기차 윤활유 및 차량용 냉매, 냉난방공조(HVAC) 등 전기차 특화 열관리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SK온은 자사의 셀투팩(CTP) 기술에 SK엔무브의 액침 냉각을 결합한 통합 패키지 솔루션 등을 마련해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통합모듈과 화재 조기진압 솔루션을 통한 ESS 시장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SK온은 기업가치를 제고해 EBITDA를 1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부채비율을 100% 아래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이번 합병은 SK온이 전기화 시장에서 성장하는데 결정적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 차원 더 높은 경쟁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법인에 대한 기업공개(IPO) 절차는 당분간 없을 예정이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SK온의 수익성 극대화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라며 “추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리밸런싱을 통해 2030년까지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전력, 배터리, 에너지솔루션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전기화 시대에 경쟁력 있는 토털 에너지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장 총괄사장은 “안정적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SK이노베이션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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