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간) 오전 9시45분(한국시간 오후 10시45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1대1 통상 협의를 갖는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두고 최종 담판에 나서는 것이다.
구 부총리를 비롯한 한국 협상단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이자 이번 협상의 ‘키맨’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도 2시간 동안 통상 협의를 벌였다. 그간 러트닉 장관과 협상한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한 ‘3대1 협의’였다.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의 협의에 앞서 러트닉 장관을 상대로 ‘최선의 최종안’을 점검하는 구도가 연출됐다.
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 협상단은 본국과 실시간 협의를 거듭하며 조선업 등 한·미 제조업 협력과 대미 투자 계획 등에서 진전된 수정안을 미국 측에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 정책의 강경파인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로 일관하며 최종 협상안 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은 이날까지 미국 현지에서 러트닉 장관을 중심으로 무역 협의를 진행했다. 앞서 미·중 무역 회담을 위해 28~29일 일정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에 체류했던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워싱턴DC로 복귀하면서 한·미 경제·산업·통상 수장들 간 무역 담판도 마지막 수순에 들어설 전망이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강경파인 러트닉 장관과 상대적 온건파인 베선트 장관을 번갈아 상대하는 구도”라며 “두 사람을 거쳐 최종 관문인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러트닉 장관과 베선트 장관이 중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협상 성과를 경쟁하는 구도가 이어졌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선 러트닉 장관이, 중국·EU와는 베선트 장관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러트닉 장관은 최종 결정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인임을 강조하며 협상 상대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일본과의 협상 타결이 무르익자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자택으로 불러 3시간 동안 ‘트럼프 면담’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러트닉 장관이 최근 한국 협상단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한국과 협정이 필요한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관세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앞서 미국에 과도한 관세를 부과하는 15개 국가를 ‘더티 15(Dirty 15)’로 규정하며 고율 관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의 무역 협정 준수 여부를 분기별로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가질 경우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1일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의 협의는 최종 협상 타결을 가름하는 중대기로가 될 전망이다. 앞서 구 부총리는 “한·미 무역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베선트 장관을 만나러 왔다”며 “한국이 준비한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무·통상 라인에 이어 조현 외교부 장관도 31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동한다.
세종=양민철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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