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줄곧 하락하던 달러 가치가 7월 들어 처음으로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에도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관세 협상도 미국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강달러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부르는 요인이어서 관세 협상 이후 달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미국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전날 기준 98.89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초(109.39) 대비 9.60%가량 하락한 수치이지만 올해 최저점인 지난 2일(96.78)을 기준으로 하면 약 2.18% 올랐다. 이날 오후 4시20분 기준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14% 내린 98.75를 기록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해도 이달 증가율은 1.99%로 플러스다. 지난 1~6월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달러가 다시 반등한 것은 관세 협상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간 무역 협상 결과가 미국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최근 여러 경제지표를 통해 미 경제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달러가 올랐다.
강달러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통상 외국인의 이탈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달러가 강세면 외국인이 달러로 투자한 원화 자산 가치가 줄어 주식을 팔고 떠나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관세 부과가 시행되는 다음 달에는 국내보다 미국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임해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주식 배분은 미국과 중국은 확대, 그 외 선진국과 신흥국은 축소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90원 내린 1383.1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달러 약세가 추세적으로 멈춘 것이 아닌 속도 조절 중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달러 하락 속도가 매우 빨라 잠시 조정된 것일 뿐 약달러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졌을 당시 달러는 3년에 걸쳐 30% 하락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현재도 고평가돼 있다”며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하지만 원 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올라 오래 머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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