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오는 9월까지 가자지구 휴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키어 스타머(사진) 영국 총리는 29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마친 뒤 연설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두 국가 해법’이 위기에 처해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영국은 9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지속 가능한 평화를 약속하고 유엔의 가자지구 원조를 허용하며 요르단강 서안을 강제로 합병하지 않는 등의 다른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은 유엔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일부를 영토로 할양하는 방안으로, 이스라엘의 반대에 부딪혀 왔다. 프랑스도 9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스타머 총리의 이날 발표는 전날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BBC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괴물 같은 테러리즘에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일부 각료들과의 회의에서 휴전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가자지구를 부분적으로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회의에 군 지휘관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합병안을 놓고 논쟁도 벌어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안보 내각이 소집돼 합병안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참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노 아더 랜드’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유발 아브라함 감독과 전직 국회의장·법무장관 등 이스라엘 각계 지도층 인사 31명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낸 서한에서 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촉구했다. 이들은 “가자지구 주민을 굶주리게 만든 조국에 대해 이스라엘인으로서 수치심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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