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6조원에 달하는 리튬인산철(LFP) 베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영상 비밀 유지 의무를 이유로 발주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거래 대상이 미국 테슬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3억900만 달러(약 5조9442억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25조6000억원)의 약 23.2%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 기간은 2030년 7월 31일까지 3년이다. 이번 계약에는 양사 협의에 따라 계약 기간을 7년까지 연장하고 물량을 추가 공급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장에선 “공개된 계약 금액이 최소치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경영상 비밀 유지 필요에 따라 계약 상대 등 상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고객’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와 외신은 계약 상대방이 테슬라일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글로벌 업체는 거의 없다”며 “중국이 아닌 미국 내 LFP 공급처를 찾아온 테슬라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의 ESS에 사용될 LFP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뿐 아니라 파워월, 파워팩, 메가팩 등 산업용·가정용 ESS 사업도 빠르게 확대하는 중이다.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을 이용해 ESS를 만들고 다시 전력발전업체에 판매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시간주 등 국내 베터리 기업 중 미국 내 가장 많은 생산 기지를 갖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셀 양산도 시작했다. 미국 시장 내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기가와트시(GWh) 규모, 12월에는 엑셀시오에너지캐피탈과 7.5GWh 규모, 지난 3월엔 델타일렉트로닉스와 4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대규모 수주를 계기로 미국 시장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공간을 ESS 매출 성장을 통해 보완해 하반기에는 의미 있는 수익 개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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