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한국 측이 자신과 협상하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까지 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상호관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재차 부각하면서 협상 주도권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한국과의 협상 상황을 묻자 크게 웃으면서 “한국인들이 저녁식사 이후에 나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왔다. 그들이 얼마나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어하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러트닉이 언급한 한국인들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지난 24일 워싱턴DC, 25일 뉴욕에서 러트닉을 만난 데 이어 러트닉이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을 수행하자 스코틀랜드까지 따라갔다.
러트닉은 관세율 결정이 트럼프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러트닉은 “지금은 대통령이 운전대를 쥐고 있다. 그는 이미 굵직한 무역 합의를 해냈고 이제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며 “대통령이 어떤 관세율을 적용할지, 각국이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몇 거래는 검토하겠지만 결국은 모든 국가에 적용할 관세율을 이번 주 안에 정할 것이다.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러트닉은 다음 달 1일 전에 모든 거래가 성사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그렇다. 모두 준비가 돼 있다. 내 역할은 대통령을 위해 테이블을 준비하는 것이고 그가 무엇을 할지 결정한다”며 “이번 주가 끝날 때까지는 모든 게 정해질 것이고 우리는 추가로 돈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15~20%로 매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국가들의 관세율은) 15~20% 사이 어딘가일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협상단이 관세율을 15%로 낮추기 위해 미국 측과 치열하게 협상한 뒷얘기도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인 마로시 셰프초비치는 지난 2월 이후 워싱턴DC를 7차례 방문했고 러트닉과 그리어 등 미국 측 협상 상대와 100시간 이상 통화했다. 셰프초비치는 미국과 먼저 협상을 체결한 일본 측에 연락해 조언을 듣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트럼프와의 면담 전날(지난 21일) 러트닉 자택에서 3시간에 걸쳐 예행연습까지 했다. 러트닉은 “협상 카드는 조금씩 잘라라. 그것 대신 이걸 달라고 말하라”는 식으로 조언했다고 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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