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한 특검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외압 의혹의 시발점으로 지목된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한 다수 관계자의 진술을 특검이 확보하면서 군 초동조사 이첩 보류 지시의 위법성 여부를 다투는 법리 공방으로 전장이 옮겨지는 모양새다.
채해병 특검은 29일 조태용(사진) 전 국가정보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2023년 7월 31일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 참석했다. 조 전 원장은 회의 이후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자리에 남아 있었는데, 여기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채해병 사건과 관련한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누구에게 무엇을 지시했는지 상세히 알 것”이라며 “이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그간 회의 참석자들을 잇달아 조사하며 당시 벌어진 ‘VIP 격노’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첩 보류 지시의 전달 과정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 왔다. 특검은 오는 31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소환해 관련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동시에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특검은 군인 사망 시 군이 아닌 민간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갖도록 한 군사법원법 제228조 3항을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 또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은 군이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경찰청 등에 사건을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 취지가 군의 내부 조사 결과에 대한 외부 영향을 차단하는 데 있는 만큼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반면 이 전 장관은 이첩 보류 지시가 국방부 장관의 권한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이 전 장관 측은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방부 장관은 사건 이첩의 최종 결정자이므로 이첩은 물론 그 이첩 보류 권한 역시 당연히 장관에게 부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이첩 보류 지시를 받은 적 없고, 다만 전화로 군에 대한 우려를 전달받은 사실만 기억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해석은 엇갈린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가 아닌 초동조사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이를 교정하는 것을 직권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박정훈 대령 측은 “이첩 보류의 진정한 의도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혐의 대상에서 무조건 빼려는 의도였다면 직권남용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김건희 특검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구속 이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특검 조사와 내란 재판에 모두 불출석하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에 30일 출석을 재통보했다.
이서현 기자 hy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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