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영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힘 잃은 ‘시진핑 실각설’… 4연임 여부는 하반기 4중전회에 달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들어 활발한 공개 행보로 건재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지난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에 부임한 16명의 각국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았다. 24일에는 유럽연합(EU)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15일에는 특히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양국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고, 중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외교장관 이사회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각국 장관들도 단체로 만났다.

14~15일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도시공작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중국 권력서열 2~7위가 모두 참석했다. 7~8일에는 산시성 양취안시와 타이위안시의 항일유적지와 산업시설 등을 둘러봤다. 1일에는 중앙재경위원회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과 해양경제 고품질 발전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이 내정과 외교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실각설’은 힘을 잃고 있다.

‘시진핑 실각설’을 촉발한 것은 시 주석의 측근인 고위 관리와 장성들의 잇따른 숙청이었다. 중국에선 최근 2년간 친강 전 외교부장과 리상푸·웨이펑허 전 국방부장에 이어 군 서열 4위인 먀오화 전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이 낙마했다. 군 서열 3위 허웨이둥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지난 3월부터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들은 모두 시 주석이 요직에 발탁하는 등 신임을 줬던 측근들이다.

해외 반중 인사들은 여기에 몇 가지 정황을 덧붙여 실각설을 주장했다. 지난 4월 공산당 전 중앙조직부장 리간제와 전 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 스타이펑이 이례적으로 보직을 맞바꾼 점, 시 주석이 5월에 한동안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은 점, 이달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불참한 점 등을 권력 이상의 징후로 봤다.

군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후진타오 전 주석 등 공산주의청년단 세력과 손잡고 시 주석을 무력화시켰다거나, 공산당 중앙정치국 비밀확대회의가 지난 5월 열려 시 주석의 거취를 논의했는데 8월 말 4중전회(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는 풍문도 등장했다. 시 주석이 권력투쟁에서 패배해 조만간 사퇴한다는 극단적 관측도 등장했지만,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없었다.

최고 권력자와 직접 담판하는 것을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도 시 주석의 권력이 확고하다는 방증이다. 실각설은 시진핑 체제의 몰락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의 ‘희망회로’가 만들어낸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마이클 커닝햄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 주석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라며 “그가 정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소문이 아니라 최측근인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나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가 표적이 되는 것과 같은 명백한 징후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각설의 근거로 제시됐던 사실과 정황들은 모두 양면적 해석이 가능하다. 본인이 직접 발탁한 고위 관리와 군부 핵심도 비리가 드러나면 숙청할 수 있다는 것은 권력이 안정적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브릭스 정상회의 불참도 브릭스에서 중국의 위상이 확고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제 초점은 2027년 세 번째 임기가 만료되는 시 주석의 4연임 여부다. 실각설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4연임에 대해선 입장이 갈린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1953년생으로 고령이긴 하지만, 장기 집권을 위해 헌법을 바꿨고 권력도 확고한 만큼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4연임은 확실하다고 본다. 1946년생인 트럼프 대통령, 1952년생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점도 고령 논란을 극복하는 데 유리하다.

다른 일각에선 시 주석이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4연임을 강행하지 않고 물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내려놓더라도 중앙군사위 주석을 유지하는 식으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의 4연임 가능성이 크다”면서 “직접 나서지 않아도 막후에서 권력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완성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가늠자는 올 하반기에 열릴 예정인 4중전회다. 고위 간부의 인사를 다루는 이번 회의에서 최고지도부에 큰 변화가 없다면 4연임이 유력하다. 반면 ‘포스트 시진핑’을 구상하고 있다면 차세대 지도자들이 주요 보직을 맡아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최고지도자를 둘러싼 건강 이상설이나 권력 변동설이 끊이지 않는 데는 중국의 책임도 크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서 전 세계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블랙박스’로 불릴 정도로 정보의 장벽이 높다. 최고지도자가 2~3주씩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아무런 공지나 해명이 없는 상황에선 이런저런 설과 풍문을 막을 방법이 없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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