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로 불거진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진론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퇴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선 유임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참의원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이시바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은 41%인 반면 47%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자민당 지지층 내에선 사임할 필요 없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자민당의 참패 이유에 대해서도 “자민당 전체의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이 81%인 반면 “총리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답변은 10%에 그쳤다.
마이니치신문이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총리에 적합한 인물로 이시바 총리(20%)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15%),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각 8%)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 사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사임해야 한다는 답변(42%)이 사임할 필요 없다는 응답(33%)보다 많았다.
엑스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시바물러나지마’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시민 1200여명이 모여 “이시바 버텨라” “이시바 싸워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시바 총리도 퇴진에는 선을 그으며 버티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2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의원 간담회에서 “의석을 잃은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국가와 국민에게 정치적 공백을 초래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임 의지를 재확인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이번 (미국과의 무역) 합의가 일본의 경제 안보 확보와 경제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퇴진론이 크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포스트 이시바’ 주자 중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으로 대표되는 강경 우파의 득세, 정권 공백 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 관저 앞 시위에 참가한 시게루 코가(70)씨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다카이치 정권이 현실화되면 일본 퍼스트를 외치는 극우 성향의 참정당 같은 세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 처음 당선된 사회민주당의 라살 이시이는 엑스에서 “이시바가 물러나면 극우 정권이 태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민당 내 이시바 퇴진론은 여전히 거세다. 자민당 양원 의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선거 패배 원인과 총리 거취, 양원 의원총회 개최 등을 논의하며 퇴진을 압박했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은 이시바 총리의 사과 발언 이후 “국민으로부터 엄정한 심판을 받았고 이를 엄숙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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