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식물뿌리 달인 물 암에 좋다는데… “항암효과 근거 부족”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체 암 발생의 30~50%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OO이 몸에 좋다더라’ ‘OO을 먹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의 단편적인 정보나 과장된 주장이 과학적 근거 없이 퍼지는 경우가 많다. 국립암센터가 최근 ‘암 예방을 위한 식생활 지식 교과서(Fact Book·아래 사진)’를 펴냈다. 그 내용 중 국민들이 궁금해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 10문 10답으로 풀어봤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적색육,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 섭취와 암(위·대장·췌장암 등) 발생의 상관성은 많이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적색육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개연성 있는 발암 요인 2군, 또 가공육을 암 유발이 확실한 발암 요인 1군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붉은 고기, 가공육 섭취를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최근 소비자 선택이 늘고 있는 대체육 섭취는 암 예방에 도움 될까. 대체육은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식용 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만든 육류 제품이다. 이런 대체육 섭취가 암 예방에 도움된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충분치 않다. 더구나 대체육은 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내기 위해 유화제·색소·철 등을 포함하는데, 이런 첨가제의 영향과 적색육을 대체하는 것이 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더 필요하다.


세계암연구기금(WCRF) 보고서에 의하면 생선 섭취가 특별히 암을 예방한다는 충분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생선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DHA, EPA)을 포함한 오메가3 지방산이 염증을 억제하고 종양세포 생장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등어 방어 송어 참치 정어리 같은 등푸른 생선에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들어있다. 이런 생선 섭취가 직접 암 예방에 도움되는지는 추가 연구가 더 있어야 한다. 다만 절인 생선은 N-니트로소화합물 등 발암 물질 함량이 높고 직화구이 생선의 경우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같은 발암 물질을 생성할 수 있어 해당 조리 방법은 피하는 게 좋다.


콩류 식품(대두, 두부, 렌틸콩, 병아리콩 등)은 적색육과 가공육 대체 식품으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고 식이 섬유, 영양소 및 파이토케이컬(야채의 색소 성분)이 풍부해 암 예방과 체중 관리에 도움될 수 있다. WCRF가 발표한 암 예방 10대 가이드라인에도 “통곡물, 과일, 채소, 콩류가 풍부한 식사를 하자”고 권장하고 있다. 다만 콩류에 많이 든 ‘이소플라본’이 몸속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유방암 발생 및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 WCRF에 따르면 현재까지 콩 섭취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학술적 근거는 없다. 그렇다고 유방암 예방에 도움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아직은 미흡하다. 자연식품이 아닌 영양 보충제로 이소플라본을 섭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통곡물 채소 과일 콩류 등 식품을 통한 식이 섬유의 섭취는 변이 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 대장암 위험을 줄인다. 대장암 등 소화기암을 제외하고 식이 섬유 섭취와 암 예방에 대한 뚜렷한 근거는 제한적이다. WHO는 하루 최소 25g의 식이 섬유 섭취를 권장한다. 평균적인 잡곡밥 한 공기(210g)에 식이 섬유가 12g 정도 함유돼 있으므로 충분한 식이 섬유 섭취를 위해선 매 끼니 잡곡밥과 채소 한 접시, 하루 1~2회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다른 영양소와 마찬가지로 보충제 형태의 섭취는 바람직하지 않다.



채소 및 과일 착즙 주스는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를 손쉽게 섭취할 수 있지만 착즙 과정에 암 예방에 도움되는 영양소인 식이 섬유, 비타민 등이 상당히 소실될 수 있다. 또 과일 주스는 당 함량이 높아 비만을 초래하며 비만 관련 암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소와 과일을 스무디처럼 갈아서 먹는 경우도 영양소 소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착즙이나 갈아 먹기 보다는 생채소 생과일로 먹는 것이 암 예방에 더 도움된다.

말린 채소와 과일은 건조 과정에 대부분의 영양소를 유지하지만 수분이 제거되면서 당분과 영양분이 농축돼 포도당, 과당 등 단순당과 열량이 높아질 수 있다. 건포도는 약 59%, 건무화과는 48%, 말린 고구마는 32%의 당분을 함유한다. 당분이 많은 음식은 혈당을 크게 올리고 암세포 성장을 돕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의 분비를 촉진한다. 말린 채소와 과일을 잘못 보관하면 ‘아플라톡신’이라는 간암 유발 곰팡이 독소에도 노출될 수 있다.

통조림, 병조림 형태 과일은 생과일과 유사한 영양소를 갖지만 이 역시 가공 과정에 첨가되는 많은 양의 당으로 인해 당 함량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일부 통조림에는 캔에서 용출되는 비스페놀A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해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돼 있다.


WCRF는 우유 요거트 치즈 등 유제품 섭취가 대장암과 유방암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일부 연구에선 우유 및 유제품의 과도한 섭취가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등 특정 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다만 이와 관련된 근거는 부족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대장암과 유방암 예방을 위해 우유는 하루 1~2회 적정량을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유산균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고 면역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암 예방 관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WCRF에 따르면 커피는 간암과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식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카페인 함유 여부와 관계 없이 커피가 자궁내막암과 간세포암종 위험을 줄이는 의학적 근거가 있는 유일한 식품으로 보고된다. 차나 녹차 또한 유익 성분을 포함해 방광암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나 그 외 다른 암을 예방한다는 증거는 충분치 않다. 다만 설탕이나 시럽이 첨가된 커피 및 차의 섭취는 체중 증가와 비만의 원인이 되고 식도암 췌장암 대장암 등 여러 암의 위험을 높인다. 커피나 차에 설탕·시럽의 첨가는 권고되지 않는다. IARC는 또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의 섭취를 발암 요인 2군으로 분류하고 식도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입안과 혀를 데는 경우도 식도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헐적 단식은 식사와 단식을 규칙적으로 번갈아 하며 일정 공복 시간을 유지하도록 조절하는 식이 요법이다. 체중 감소 효과를 통해 비만으로 인한 암 예방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과도한 경우 영양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지방 섭취를 많이 하는 이른바 ‘저탄고지’ 식단도 체중 감소를 통해 비만 관련 암 발생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암 예방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다.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에는 주의해야 한다. 과일 채소와 함께 올리브오일 통곡물 생선 유제품 등이 들어가는 ‘지중해 식단’은 과체중이나 비만을 줄이고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일부 암 예방과 관련 있다고 보고됐으나 암 예방에 효과적인 지중해 식단 구성에 대해선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식품의 조리법에 따라 발암 물질의 생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이 많은 육류를 조리하거나 육류를 열원에 직접 노출시키는 조리 과정에 발암 물질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크게 증가한다. 암 예방을 위해선 지방이 적은 육류를 선택해 직화구이 같이 열원에서 직접 굽기 보다는 찌거나 삶기 등이 권장된다. 기름을 이용해 식품을 튀기는 조리법도 가능하면 피한다. 굳이 식품을 튀겨야 할 땐 기름 재사용 횟수를 3회 이내로 제한하고 적절한 온도(180도 이하)를 유지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버섯에 함유된 다당류 일종인 ‘베타 글루칸’은 면역 증진 및 항암 효과를 지니며 아시아에선 영지버섯 표고버섯 잎새버섯 구름버섯 등 100개 이상의 버섯이 암 치료에 쓰이고 있다고 보고됐다. 우리 농촌진흥청도 버섯의 약용 효과를 인정하고 일부 효과적인 버섯을 달인 물은 전통적인 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버섯 달인 물이 암 예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식물 뿌리를 달인 물이 암 예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 또한 미비하다. WCRF는 암 예방을 위해 특정 식물 뿌리를 달인 물의 효과 보다는 식물성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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