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비만 치료제, 대사성 지방간염에도 효과 입증”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으로 불리던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이 매년 증가 추세다. 국내 성인 10명 중 4명이 갖고 있다.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대사 질환과 서구화된 식생활, 운동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형태의 지방간질환도 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나 B·C형 바이러스 간염처럼 간경화와 간암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준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8일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도 지방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며 비가역적 상태인 간경화 이전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의 중요도에 비해 그동안 치료제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효과로 큰 주목을 받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치료제’의 대사 이상 지방간염 개선 효과가 입증돼 의료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향후 비만이 동반된 대사 이상 지방간염 환자 치료에 효용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은 혈액 검사에서 간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이나 당뇨 전 단계, 비만 환자들은 1~2년에 한 번씩 간초음파 검사를 받고 고위험 환자들은 간스캔을 통해 간경화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게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과 치료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은.

“대사적 이상에 의해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 및 섬유화(딱딱해짐)가 진행되는 만성 간질환이다. 이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으로 불리다 질병 원인이 대사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2023년 명칭이 변경됐다. 단순 지방간(간에 5% 이상 지방이 쌓임)부터 지방간염(염증 발생) 간경화(섬유화 진행) 간암을 포괄하는 질환군을 뜻한다. 지방간염에서 간경화로 진행하면 비가역적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예방·치료해야 한다. 특히 바이러스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질환과 달리 간경화를 거치지 않고 지방간염 단계에서 바로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유병률은 어떤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기반 통계(2022년 기준)에 따르면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의 성인 유병률은 39.3%에 달하며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인다. 여성 보다 남성의 유병률이 높다. 남성의 높은 비만율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질병의 근본 원인인 비만, 당뇨병 등 대사적 요인을 호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역적 단계의 마지노선에 해당하는 지방간염에서는 추가적으로 염증 조절이 도움된다. 지난해 대사 이상 지방간염 치료 목적의 ‘레스메티롬’이라는 먹는 약제가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 출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GLP-1 유사체 치료제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저명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800명의 대사 이상 지방간염 환자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 2.4㎎을 주 1회씩 72주간 투여했을 때 28.7%에서 병이 완치됐고 14.4%에서 섬유화 개선이 확인됐다. 아시아인이 약 27%, 2형 당뇨병은 약 55% 포함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GLP-1은 음식이 소화될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상승을 조절하고 뇌에서 식욕을 억제해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준다. GLP-1과 유사한 성분으로 여러 치료제가 개발됐는데, 대표적으로 근래 국내 출시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식약처 허가 기준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를 포함한 GLP-1 유사체 치료제에서 혈당, 체중 감소 효과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개선까지 입증된 바가 있기에 향후 당뇨병, 당뇨 전 단계의 대사 이상 지방간 환자 치료제로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GLP-1 유사체 치료제 중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 개선 효과를 입증한 약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GLP-1 관련 추가 연구들도 성과가 있는 걸로 아는데.

“GLP-1과 GIP(인슐린 분비 촉진 호르몬) 이중 작용 유사체 터제파타이드 또한 2상 임상 연구를 통해 대사 이상 지방간염 환자에서 최대 52.6% 개선 효과를 보였고 GLP-1 및 GCG(글루카곤) 유사체 서보두타이드도 2상 연구에서 48%의 대사 이상 지방간염 호전을 보였다. 또 GLP-1/GCG/GIP 3중 작용 유사체도 2상에서 MRI로 확인된 간내 지방 감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최종 임상 결과가 주목된다. 희망적인 임상 연구 결과에도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

-대사 질환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당뇨나 비만,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을 치료해야 하는 주된 이유는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합병증 예방에 있다. 대사 이상 지방간은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고 독립적인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다. 따라서 이들 환자는 해당 질환 조절을 잘 하고 있더라도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해야 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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