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서울 전역으로 퍼지던 아파트 매매시장 과열 분위기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을 비롯한 고강도 수요억제책 이후 급속 냉각됐다. 집값 안정이 지속되기 위해선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공급 시그널'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된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대출규제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4주 연속 축소됐다. 규제 직전인 6월 넷째주(23일 기준)부터 7월 셋째주(21일 기준)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43→0.40→0.29→0.19→0.16%를 기록 중이다. 서울 부동산 매매심리도 급랭 중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월 셋째주 기준 100.1이다. 매매수급지수(0~200)는 기준점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104.2까지 올랐으나 규제 직후 4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집값 상승 전망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한 달 만에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KB부동산이 이날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8.0으로 전월(133.9)보다 35.9포인트 하락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0~200)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2~3개월 내 매매가격이 하락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한 달 사이 35.9포인트 하락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2013년 4월 통계 조사 이래로 역대 가장 큰 폭의 축소다. 지난달만 해도 서울 아파트값 과열로 상승 전망이 역대 최고치인 133.9를 기록했다가 6·27 규제 직후 급전직하했다.
다만 이번 대책이 장기적인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승 폭이 둔화했을 뿐 서울 아파트값은 25주째 상승 중이라는 점에서다. 일부 단지에선 ‘현금 부자’들 중심의 신고가 거래도 나타난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며 “매도자는 집값을 안 낮추고, 매수 희망자는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급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절벽이 예상되고, 금리 인하 등 유동성 증가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3기 신도시 속도를 높이고, 역세권 주변 행복주택 등 계획을 꾸준히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급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5~10년 뒤 집값이 확실히 안정될 테니 무리하게 쫓기듯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젊은 세대가 이를 수용하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요억제는 단기 대책이므로 공급대책의 정공법이 필요하다”며 “3기 신도시 속도를 높이고 공공주택을 늘린다고 했는데 구체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빠르게 진행 중인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을 의무화한 게 월세 전환을 부추길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거주 집주인이 늘어나는 만큼 전세 매물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의 뉴노멀’은 현재 진행 중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03.2로 2021년 10월(110.6)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대출 규제 이후로도 서울의 월세 매물은 증가하고 전세는 줄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7일 현재 1만9161건으로 대출 규제 발표날인 지난달 27일 1만8796건보다 1.9% 증가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월세 매물이 증가했다. 강남구에선 아파트 월세 매물이 전세를 추월했다. 27일 기준 강남구의 월세는 5065건으로 전세(4954건)보다 111건 많았다. 한 달 전에는 전세 4986건, 월세 4672건으로 전세가 314건 더 많았다. 우 전문위원은 “전세 시장 불안을 해소하려면 입주량이 충분히 공급되거나 공급에 대한 충분한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