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시한(8월 1일)을 앞두고 조선업이 협상 타결의 ‘지렛대’로 부상하자, 국내 조선업계도 정부와 함께 구체적인 협력 카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조선업 재건’ 구상 실현을 위해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새 군함 건조 등 분야의 협력안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 ‘빅3’는 정부와 함께 미국 정부에 제시할 조선업 협력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에도 일본과 유사한 수준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현지 조선산업 직접 투자를 결정한 일본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기술이전, 인력 양성 등 K-조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의 협상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조선 기술력은 중국과 1~2위를 다투는 데다 특히 LNG선과 방산 분야에서 미국이 원하는 기준을 충족한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그간 자국 조선업 재건 파트너로 한국을 꼽아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1월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존 펠런 미 해군성 장관이 방한해 울산 조선소를 둘러보고 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5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을 만나 “노후화된 조선업을 부활시킬 방법이 무엇인가”라고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미국이 MRO, LNG선, 군함 건조 등에서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 해군은 조선소 부족과 설비 노후화 등 문제로 자국 MRO를 한국, 일본 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LNG 운반선, 해양 석유시추선 등에 대한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동맹국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미 해군 군함 건조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협력을 요청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조선업을 단순한 산업 부문이 아니라 국가적 인프라로 접근하고 있다”며 “조선업 재건을 위해 미국 내 신규 조선소 설립 또는 합작형 생산기지 구축 등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HD현대는 최근 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사와 중형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하기로 했으며, 추후 협력 선종 확대도 논의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현지의 필리조선소를 매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 거제사업장과 연계한 LNG 운반선 건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조선소들과의 협력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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