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에 “응능부담 원칙(납세자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하는 원칙)과 효과 등을 따져 종합적으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로 예정된 세제 개편안을 앞두고 법인세율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세법 개정에서 24%로 이전 대비 1% 포인트 인하됐다. 구 후보자는 “세수를 점검해보니 법인세는 2022년 100조원에서 지난해 60조원 정도로 40%나 빠졌다”며 “그냥 감세를 해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는 식의 정책은 깊이 있는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전 정부 감세 정책을 ‘원상회복’해야 한다”며 구 후보자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법인세를) 적정한 세율로 합리화,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구 후보자는 “과세 기반 확충과 비과세 감면, 탈루 소득 등을 점검하겠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오기형 의원이 “전 정부 감세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구 후보자는 “감세가 성장에 활력이 되려면 타기팅을 정확히 해야 한다. 감세 효과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도 올해 0.15%까지 낮아진 증권거래세율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오 의원 질의에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국내생산 촉진세제’(국내 생산·판매량만큼 법인세 공제)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구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초혁신 경제 대전환’과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인 AI 100조원 투자 정책 등을 총괄할 ‘AI국’을 기재부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100조원 재원은 “재정과 민간 자본까지 모두 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후보자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가장 큰 문제가 성장잠재력 약화”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최고 전문가들로 ‘초혁신 아이템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재정과 세제, 인력, 규제 완화 등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및 방위비 분담 요구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상 특별배임죄 삭제 등의 입법 방향에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공약인 기재부 조직 개편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구 후보자 및 배우자의 신상 문제를 추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배우자가 2004년 전남 무안군 농지를 매입해 되팔았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구 후보자는 “영농 체험용으로 구매했다”고 해명했다.
세종=양민철 김윤 기자 list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