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의 자동화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협동로봇은 인간과 로봇이 효율적으로 공존하는 작업 환경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 HD현대글로벌R&D센터에서 만난 안성환 HD현대로보틱스 연구개발부문장은 이렇게 단언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달 2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로봇 박람회 ‘오토매티카 2025’에서 사람과 충돌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정지하는 하이브리드 협동로봇 ‘HDC 시리즈’를 처음 공개했다. 기존의 협동로봇이 일단 충돌이 발생한 뒤 정지하도록 설계됐다면 HDC 시리즈는 충돌 전 레이더 센서로 사람의 존재를 감지해 미리 감속하고 정지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초당 6m를 이동할 수 있고 가반하중(로봇이 안전하게 들어 올리고 운반할 수 있는 최대 무게)도 50㎏까지 높였다.
사람이 없어도 독립적으로 주어진 작업을 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도록 설계되다 보니 안전을 위해 산업용 로봇보다 경량화되고 저속 운행하도록 주로 설계된다.
협동로봇 시장은 아직 산업용 로봇 시장의 10% 규모에 불과하지만 제조업 현장은 물론 물류나 음식 조리 등 서비스 현장에도 투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산업용 로봇을 설치하려면 관련 법령에 따라 1.8m 높이의 펜스나 방호 장비를 갖춰야 하지만, 그런 설비를 다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작업장을 중심으로 협동로봇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산업용 로봇 1위 업체 HD현대로보틱스가 협동로봇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현장의 자동화 추세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협동로봇은 사람과 공존하면서 사람의 업무를 철저히 돕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꼽힌다.
HD현대로보틱스는 올해 오토매티카에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용접솔루션도 선보였다. 용접할 때 용융풀(물같이 생긴 액체 형태의 금속)의 형태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이를 기반으로 숙련공에 비견되는 용접을 해낸 것이다. 안 부문장은 “AI 용접솔루션은 숙련공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숙련공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라며 “로봇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도구”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2014년 약 20만명에 달하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23년 9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용접 작업은 숙련공 양성이 중요하지만 젊은 세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이어지면서 7년 정도 걸리는 숙련공 양성이 원활하지 않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최근 HD현대로보틱스와 HD현대삼호는 독일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인 노이라로보틱스와 선박 용접을 하는 4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혹서기에 불꽃 튀는 데크 안에서 작업자가 용접을 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로봇 산업의 미래에 대해 안 부문장은 “AI 기술 진화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안 부문장은 올해 오토매니카에서 독일 로봇기업 쿠카가 ‘생성형 AI 기반 로봇 프로그래밍’ 기술을 선보인 것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해 움직이는 로봇이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남=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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