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당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 완화를 시사하면서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 내에선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에 대한 빗장은 열되 쌀 시장은 지키자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농축산물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 완화를 검토 중이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현행 조치를 완화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언급했던 미국산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수입도 검토 대상이다. 미국산 사과 수입 등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산 쌀 수입 확대는 협상 카드로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 본부장은 간담회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민감한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쌀은 지키고 다른 건 개방하자는 식의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농축산물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소고기 수입 확대와 관련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또다시 농민을 저버릴 건가”라고 밝혔다.
다른 비관세 장벽 완화가 협상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구글이 요구하는 정밀 지도 개방과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철회 등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관세 전쟁 여파가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수준이지만 지난 2월(2.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에너지 비용과 가구, 의류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여파로 가격 상승이 예상됐던 품목들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장은현 기자 sman32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