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는 유다의 멸망으로 인해 포로가 된 여인입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사촌 오빠인 모르드개의 손에 의해 길러졌습니다. 그러다가 당시 왕후가 폐위되고 수산성에 있는 처녀들이 왕후가 되기 위해 선택을 받게 되는 과정에서 왕후 후보가 되고 새로운 왕후가 됩니다. 꿈같은 일이 일어난 셈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얼마 후 수산성에 있는 유다인을 모두 죽임을 당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당시 권력자이던 하만이라는 신하가 모르드개를 밉게 본 것입니다. 자신에게 존경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무릎을 꿇어 절하지 않는 모르드개에게 괘씸죄가 적용돼 그와 같은 민족인 유다인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친 겁니다. 왕의 명령도 떨어지고 이제 며칠이 지나면 온 민족이 죽임을 당해야 하는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위기의 순간 모르드개는 애통하는 마음으로 대궐문 앞에 엎드려 하나님 앞에 기도합니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에스더는 자신의 입장을 모르드개에게 전달합니다. 자신이 왕후이기는 하나 왕 앞에 한 달째 부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나설 수 없는 처지임을 알려줍니다. 그때 모르드개는 에스더를 향해 ‘너는 홀로 왕궁에 있다고 화를 면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 하나님은 다른 손길을 통해서라도 우리 민족을 구원하실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이 이때를 위해서 너를 왕후로 세웠는지 누가 알겠느냐’며 책망합니다. 에스더는 3일간 기도와 금식을 부탁하고 왕의 허락 없이 왕을 만나면 죽음에 이르는 형벌을 받을 수 있지만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합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은 참 이해할 수 없는 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왜 에스더에게 왕후라는 선물을 주시고는 다시 그 자리뿐 아니라 목숨마저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하셨을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빼앗고자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받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된 선물을 허락하시면서 우리의 중심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우리가 선물에 집중하는지 아니면 그 선물을 내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집중하는지 말입니다.
에스더는 페르시아 왕후라는 큰 선물을 얻었습니다. 포로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민족의 위기 앞에 지위와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처음엔 망설였고 자신이 왕 앞에 설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아주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모르드개의 말을 들으며 자신에게 왕후의 자리를 주신 하나님 앞에 이마저 내려놓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되고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는 믿음을 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와 여러분에게 주신 선물을 생각해 보십시오. 큰 것이든 부스러기 같은 것이든 그 은혜를 하나님보다 더 크게 여기거나 소중히 여겨서 감사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에스더는 잃어버리고 싶은 않은 왕후의 자리를 내려놓았습니다. 나아가 생명도 하나님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그 깊은 믿음과 감사, 기도에 하나님은 응답하셨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것으로 준비하셔서 그의 민족을 구원하시고 에스더의 자리와 모르드개의 위치를 더 견고하게 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선물로 허락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선물보다는 하나님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높임을 우리의 삶 속에서 받으시기를 원하십니다.
김근수 사관(구세군동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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