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정해졌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로 결정했다.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하기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번째다.
노·사·공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도 최저임금을 올해(1만30원)보다 290원(2.9%) 올리기로 의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시간당 1만32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시간 기준 215만6880원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결정은 물가 인상률 등 객관적 통계와 함께 취약 노동자, 소상공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졌다”면서 “17년 만에 표결 없이 합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때는 1989년, 1991년, 1993년, 1995년, 1999년, 2007년, 2008년이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중도 퇴장하면서 23명이 합의에 참여해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인상률은 1%대였던 올해(1.7%)나 지난 2021년(1.5%)보다 높지만,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중에서는 두 번째로 낮다.
한편 경제단체들은 합의로 끌어낸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경영난 등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 사회가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난 심화, 일자리 축소와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보완·지원 병행을 요청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 증가, 경영난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자리안정자금 부활, 소상공인 경영 안정 자금 지원 확대 등 다각적 방안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라”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이동환 양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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