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 주는 ‘율격의 정신’이 밴 詩

Է:2025-07-1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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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방에는 커피향이 흐르고/안세환 지음/고요아침


목사이자 시인인 저자의 첫 시집이다. 대부분의 현대 시는 기호를 지나치게 형상화하는 기법에 몰두한다. 그러면 시가 아닌 언어유희로 빠지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이다. 저자 안세환 시인의 시는 이와 거리가 멀다. 대신 인생의 직조가 조화롭게 형상화돼 독자의 시 감상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현대 시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깊이 침잠돼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자 일반과 유리되는 치명적 약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 시의 주류가 오도(誤導)되고 있다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렇지만 저자는 어느 유파나 문예 사조에 속해 있지 않다. 순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시가 ‘독자에게 평안을 주는 율격의 시’인 이유다.

본문 속 시 ‘박형’은 서간체 형식이다. 커피 물방울 자체를 흑진주로 비유해 서정성을 환기시킨다. 서정시의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부분을 짤막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영롱한 커피가/ 흑진주로 떨어지네/ 입맛 다시며/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시 ‘박형’ 중) 여러 기호가 난무하고, 읽기 난해한 기법의 시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추구하는 시 세계는 의식을 개념화하거나 수량화하는 등의 복잡한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즉 강조하지 않는 시다. 맑은 도랑물이나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서정성을 자연적으로 유발한다. 서정시의 본질에 귀착하는 시라고 볼 수 있겠다. 아울러 안세환 시인의 작품은 잘 익은 과일처럼 독자의 의식에 스며드는 향기로운 작품성도 품고 있다.

요즘 “시는 많아도 진정한 시인은 없다”고들 한다. 독자와 유리된, 덜 형상화된 수준 미달의 시가 범람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믐달처럼 차갑게 가슴으로 와 스스로 만월이 되는 그런 시가 그리운 시절이다. 이런 시의 집합체가 이 책 ‘내 방에는 커피향이 흐르고’에 담겨 있다. 훌륭한 시집으로 추천한다.

이재인
전 경기대 국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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