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이 9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 이에 따라 무죄가 나온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박 전 단장이 2023년 10월 군검찰에 의해 기소된 뒤 약 1년9개월 만이다.
이 특검은 9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 브리핑에서 “원심 판결과 객관적 증거, 군검찰의 항소 이유가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박 전 단장에 대한 항소 취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단장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해병 사망 사건을 초동수사하고 해당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은 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위”라며 “군검찰이 박 전 단장을 항명 혐의로 공소 제기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특검은 “1심 법원은 이 사건을 이미 1년 이상 심리해 박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특검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검법은 특검이 관련 재판 공소유지를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항소 취소 역시 공소유지 범위에 포함된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앞서 군검찰은 항명죄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2023년 10월 박 전 단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단장이 2023년 8월 2일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채해병 순직사건 초동수사기록의 경북경찰청 이첩을 강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초 군검찰은 박 전 단장에게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했었다. 그러나 “‘VIP 격노’는 박 대령의 망상”이라고 적시한 군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항명죄로 혐의를 바꿔 기소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 1월 박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병대사령관의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은 정당한 명령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동시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날 법원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하면서 박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이 확정됐다. 이 전 장관 측은 입장문을 내고 “군검찰이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판 사건에 대한 항소취하 의사를 표명한 이 특검의 행동은 사실상 ‘공정한 수사 포기’를 선언한 것”이라며 “편파 수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공개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서현 박재현 기자 hy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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