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기존보다 인상된 상호관세율을 받아 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매우 유감”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이시바 총리는 8일 총리관저에서 종합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일본에 25%의 관세율을 통보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각료들에게 “관세가 발효되는 8월 1일까지 협상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트럼프의 서한을 받은 14개국 중 관세율이 인상된 국가는 일본과 말레이시아뿐이다. 두 나라 모두 기존 24%에서 1% 포인트씩 올랐다.
이시바 총리는 취재진에게 “사실상 기존 관세율 수준을 유지한 것”이라면서도 “안이한 타협을 피하겠다.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지킬 것은 지키면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우방국으로서 협상 결과를 낙관했던 일본은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집권 자민당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은 “편지 1장으로 통고한 것은 동맹국에 대해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행위”라며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시라토리 히로시 호세이대 교수는 “동맹국으로서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식의 낙관론이 트럼프 서한으로 무너졌다”며 “이시바 내각의 외교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의 서한을 받지 않은 유럽연합(EU)은 9일까지 ‘기본 합의’를 체결하겠다는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에 “미국과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며 “9일까지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6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의 무역 관련 전화 통화와 관련해 길 대변인은 “좋은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율 하한선인 10%를 유지하는 예비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EU가 항공기와 부품, 와인 등 유럽의 주력 생산품에 대해선 10%의 기본 관세 면제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미 협상에서 영국·베트남에 이어 세 번째 타결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지목된 인도 역시 트럼프의 서한을 받지 않았다. 인도는 지난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을 워싱턴DC로 파견해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인도와 거래에 근접했다”고 말했지만 인도는 농업시장 완전 개방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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