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에 훨씬 못 미치는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절반 이상 꺾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인식하고 하반기부터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09%, 영업이익은 55.9%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밑도는 수치다.
분기 영업이익은 2023년 4분기(2조8247억원)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당시는 반도체 불황으로 업계 전반의 실적이 나빴다면 올해 2분기는 삼성전자만 유독 좋지 않은 성적이 나왔다는 점이 더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것과도 대비된다.
이런 결과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실적 하락은 HBM 경쟁력 저하와 미국의 대중(對中) AI칩 수출 제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공시 설명자료에서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이, 비메모리 사업은 첨단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고 물량 평가액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면서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이 비용으로 반영됐다는 얘기다. HBM에 대해서는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1위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동시에 3위 마이크론에도 쫓기는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가 아직 뚫지 못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부진은 스마트폰 판매가 어느 정도 상쇄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모바일경험(MX) 부문은 2분기가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되지 않는 비수기임에도 실적 선방을 했다는 평가다. 올해 처음 출시된 갤럭시 S25 엣지 판매량이 나쁘지 않았고, 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보급형 갤럭시 A시리즈 역시 판매 호조를 보였다.
관건은 하반기다. HBM 납품 확대와 갤럭시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한 HBM 출하량 증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부문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는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 판매 증가로 적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말~8월 초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HBM4 시장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 실적을 통해 HBM 충당금을 일부 청산한 만큼 시장은 앞으로 개선의 강도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3조9119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2조8119억원은 주주가치 제고, 1조1000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 주식 보상이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밝힌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분할 매입 계획을 마무리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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