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사상자가 나온 인천 맨홀 사고와 관련해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이 이미 해당 작업의 위험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인천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4월 ‘차집관로(오수관) GIS(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 구축 용역’을 발주하면서 과업지시서에 안전관리 요구사항을 담았다. 요구사항 중에는 ‘맨홀 등과 같이 통풍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환기 및 가스측정을 해 가스폭발 및 산소결핍으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사전에 안전여부를 확인한 후 출입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공단이 이미 맨홀 등 지하시설물 출입과 관련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단은 또 ‘발주처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하도급도 금한다’는 내용도 과업지시서에 담았다. 그러나 용역을 맡은 업체는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줬고, 하도급업체는 또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는 등 과업지시서를 따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공단은 내부 직원들을 안전 관리를 담당할 감독관 등으로 지정했지만 재하도급이나 안전 규정 위반 사실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를 통해 이른바 ‘삼중하청’을 받은 업체의 일용직 근로자 A씨(52)와 대표 B씨(48)는 지난 6일 오전 산소마스크와 가스측정기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맨홀 안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실종됐다가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B씨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맨홀 안에서 황화수소와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가 확인된 점을 토대로 가스중독에 따른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A씨의 시신을 부검하고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에 경찰은 12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의 안전관리 주체를 특정한 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여부 등을 판단할 방침이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광역중대수사과 소속 감독관 20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용역 계약 관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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