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8일(이하 현지시간)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교역국들은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7일 백악관 홈페이지의 ‘행정명령 제14266호’를 보면 한국 등 57개 경제주체(56개국과 유럽연합)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 조치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9일 0시1분(한국시간 오후 1시1분)을 기해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7일까지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타결한 국가는 영국과 베트남뿐이다.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 중 하나인 유럽연합(EU)은 ‘기본 합의’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가 버번 위스키부터 보잉 항공기까지 모든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미국을 위협하다가 지난주에는 포괄적 무역협정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며 “유럽은 원칙에 기반한 ‘기본 합의’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27개 회원국 체제인 EU 안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대해 당초 20%로 설정했던 상호관세율을 50%로 올리겠다고 위협하자 독일은 빠른 합의를 시도했던 반면 프랑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 EU 외교관은 가디언에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협상을 타결할지, 더 강한 힘을 보여줘야 할지가 회원국 사이의 쟁점”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26%의 관세율을 통보받은 인도는 영국·베트남에 이어 세 번째로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트럼프도 지난달 26일 백악관 연설에서 “인도 시장을 개방하는 큰 합의가 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도는 지난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을 워싱턴DC로 파견해 협상을 이어가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에는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통보해 합의 불발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선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무역 협상과 관련해 다른 국가 정상들보다 가장 먼저 백악관을 찾아갔지만 4월 일본에 매겨진 관세율은 24%에 달했다. 이후 협상을 이어갔으나 자동차 관세율 조정과 쌀 수입 등을 놓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6일 NHK 여야 당수 토론에서 “동맹국이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동남아시아 제조업 강국인 태국은 36%의 고율 관세를 깎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양보안을 제시했다. 피차이 춘하바지라 태국 재무장관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460억 달러인 대미 무역 흑자를 5년 안에 70% 줄이고 7~8년 뒤에는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율 하한선인 10%를 목표로 협상하고 있지만 20%까지는 수용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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