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기차업계는 글로벌 시장 곳곳에 침투하는 중국 브랜드를 경계하면서도 기술력의 우위를 대놓고 인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경쟁사 수장이 직접 중국이 앞서나가고 있다고 공식 발언하는 등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가 전기차 시장 전면에 나서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지난 1년간 중국을 6~7차례 방문해 현지 자동차를 보며, 살면서 가장 겸허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팔리 CEO는 “중국 전기차가 서구보다 앞서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면서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극찬했다. 그는 “모든 차에 화웨이와 샤오미의 기술이 탑재돼 있다. 포드는 구글과 애플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전기차처럼) 만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포드는 중국에서 전기차 4~5대를 미국 본사로 가져와 자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경쟁력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중국 IT회사의 전기차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 ADS 4.0을 발표했다. 올해 안에 고속도로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BYD(비야디), 광저우자동차, 지커, 리오토, 체리, 샤오펑 등도 내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차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SDV를 구현하기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리차그룹 산하 브랜드 링크앤코는 최근 플래그십 모델 ‘링크앤코 900’에 30인치 대형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 HUD)를 탑재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SU7에 자체 운영체제 하이퍼 OS와 자율주행 시스템 파일럿 프로를 적용했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자동차업계의 경쟁 축이 전동화 성능에서 자율주행·SDV 관련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미래 자동차를 설명해 온 ‘움직이는 스마트폰’을 중국 기업이 가장 먼저 대중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팔리 CEO는 “SU7을 6개월째 운전하며 느낀 건 ‘포기하고 싶지 않은 차’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IT기업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진출이 기존 브랜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샤오미가 SU7에 이어 지난달 출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YU7은 사전계약 3분 만에 20만대 이상 팔렸다. 1시간 만에 2027년까지 생산 예정인 물량이 사실상 매진됐다. YU7은 테슬라의 모델Y를 겨냥한 차다. 1회 충전으로 모델Y(719㎞)보다 긴 760㎞ 주행이 가능하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업체가 중국 브랜드에 경계해야 할 건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대응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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