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은 민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형태로 법제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전통 금융기관에 한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하는 제한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로서는 일본과 유럽 모델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17일 스테이블코인을 규제 당국 감독하에 공식 결제수단으로 보는 ‘지니어스 법’이 상원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감독청(OCC)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면허와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법은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다. 다만 자금세탁방지(AML), 테러 자금 차단 요건과 월 단위 감사 및 준비금 투명성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보수적인 내용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채택 중이다. 일본은 개정 자금결제법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정의하고 발행 자격을 엄격히 제한했다. 일반 은행과 등록된 자금이체업자, 신탁회사만이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럽도 비슷하다. 유럽은 2023년 6월 범 EU 차원의 암호자산 규제법안 MiCA(Markets in Crypto-Assets)를 최종 승인해 회원국 간 통일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수립했다. 발행사는 전자화폐 기관이나 은행 등의 신용기관으로 국가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은 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전자화폐토큰(EMT)과 자산참고토큰(ART)으로 나뉜다. EMT은 단일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1유로=1토큰 식의 구조를 갖는다. ART는 복수 통화나 통화 외 자산(원자재 등)에 연동된 형태 일종의 복합담보 스테이블코인이다.
특징적인 조항은 거래 규모가 큰 ‘중요 스테이블코인’으로 지정될 경우 추가로 자본을 적립해야 하고 다른 코인보다 유동성 요건과 감독 규정을 엄격히 한 부분이다. 비 유로화 기반 EMT는 일일 거래 한도를 설정해 유로화 주권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콩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을 법인이나 홍콩 및 이외 국적 인가 금융기관으로, 싱가포르에서는 규제 당국에서 인가를 받은 자로 명시했다. 미국의 지니어스 법과 유사하다.
한국의 경우 일본이나 유럽처럼 규제 중심의 법제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비은행권 기업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의지를 보이지만 대다수는 적극적이지 않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7일 “현업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례 분석 등 스터디를 하고 있지만 비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코인을 발행하려면 24시간 거래가 돼야 하는데 기준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부터 모든 사항이 아직 규정돼 있지 않아 당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