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인 서울대학교병원의 ‘특권층 비즈니스’가 가능했던 이유로 ‘감사 부재’를 지목하는 분석이 많다. 서울대병원은 그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 때만 교육부 등으로부터 제한적인 감사를 받아 왔다. 감사원이 이 병원의 실태를 들춰본 시점은 8년 전인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부나 감사원의 감사는 간헐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최근 교육부 감사는 2021년과 2023년에 있었다.
2021년은 서울대병원에서 환자와 직원 8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민감한 환자 정보가 유출되자 사회적 파장이 상당했다. 당시 감사는 교육부가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정보보안 분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2023년에는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공공기관 및 공직 유관단체 채용실태 조사였다. 채용 절차의 투명성 등을 짚는 수준이었다.
감사원은 8년 전인 2017년에 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감사원은 “2008년 4월 이후 서울대병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고(故) 백남기씨 사망 사건이 감사를 촉발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농민이었던 백씨가 시위에서 물대포를 맞고 서울대병원에 실려 온 시점은 2015년 11월, 치료받다 눈을 감은 것은 2016년 9월의 일이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백씨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기재해 큰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하고 1개월 뒤인 6월 15일 사망진단서는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됐다. 진단서 수정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대병원은 더욱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정권에 따라 사망 사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같은 해 6월 19~23일 예비조사를 거쳐 7월 감사에 착수했다. 백씨 사망진단서가 수정되는 과정도 감사 대상이 됐다.
서울대병원이 국내 의료체계에 끼치는 위상과 영향력에 비해 공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한계가 뚜렷하다. 교육부가 관할하는 고등교육기관은 전국에 350곳, 시·도교육청은 17곳,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도 30곳 정도 된다. 교육부 감사 인력은 통상 40~45명 수준이다. 교육기관만 해도 10년에 한 번 들여다보기 어렵다. 입시 비리나 학교폭력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이 터지면 기존에 수립했던 감사 일정은 미뤄지기 일쑤였다.
한 지역국립대 관계자는 “감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부는 반드시 곪아들어간다. 서울대병원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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