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사진) HD현대 회장이 3일 계열사 사장들을 소집해 “우리가 눈앞의 실적에만 편승해 위기의 심각성을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지금은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권 회장은 경기도 성남 HD현대글로벌R&D센터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 전체회의를 열고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힘쓰되, 외부 변수에 흔들려 너무 조급해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에 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회의에는 권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 13명이 참석했다. 통상 7~8월에 열리던 사장단 회의를 7월 초로 앞당겨 연 것은 HD현대 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 대해 HD현대 측은 중국 제조업의 비약적인 성장, 중동 갈등, 미국의 관세 부과 등 최근 우리 경제와 관련한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호황으로 평가되던 HD현대 주력 조선 쪽도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이다. 올 상반기 HD한국조선해양의 선박 수주량은 76척으로 지난해 상반기(121척)보다 37.2% 감소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지난해가 워낙 많이 발주됐기 때문일 뿐 올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조선업 호황기에 비례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4일까지 전체 조합원 73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권 회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리더들의 역할과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며 “가장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해 소신을 갖고 자신 있게 행동해달라. 직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계열사 사장단은 하반기 실적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부진한 사업군에 대해서는 사업 재편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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