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드라이빙하기 좋은 시트나 창문을 만들어주세요.”
지난 1일 방문한 현대자동차·기아 ‘UX 스튜디오 서울’ 2층 게시판엔 이 같은 방문객 의견이 적힌 포스트잇 수십 장 붙어 있었다. 누구나 이곳에서 자신이 바라는 미래 자동차에 대해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그 옆엔 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의 고민거리가 적혀 있었다. ‘스스로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차에서 뭘 하고 싶으신가요? ①업무 ②휴식 ③회의 ④미디어감상 ⑤운동’ ‘운전 중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기능은? ①공조 ②주행기능 ③미디어 ④편의 ⑤기타’ 같은 내용이 눈에 띈다.
여기에서 수집된 의견은 현대차·기아의 고객경험(UX) 개선에 활용된다. 김효린 현대차·기아 피처전략실 상무는 “UX의 출발점은 결국 고객의 목소리”라며 “UX 스튜디오 서울은 단순 체험 공간이 아니라 실제 차량 개발 과정에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서울 서초구에 있던 UX 스튜디오를 강남대로 사옥으로 옮기면서 세계 최초 시민 참여형 연구거점으로 콘셉트를 바꿨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로봇 ‘스팟’이 돌아다닌다. 1층 ‘오픈 랩’엔 나무로 만든 차량 모형이 있다. 개발 중인 차량의 제원에 맞춰 크기와 기본적인 실내 공간을 구성했다. 방문자가 모형 차량에 앉아본 뒤 느낀 점을 피드백하면 연구원들이 차량 개발에 반영한다. 가이드는 “일반적으론 청소년이나 유아의 평가를 받기가 어려운데 이곳에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의 리서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좌석 시트를 회전시켜 2열과 마주 보게 한 뒤 4명이 자리에 앉았다. 한 성인 남성이 “공간이 좁게 느껴진다”고 하자 가이드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함께 더 나은 UX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바로 옆 다른 차량 모형에 스태프가 아이 트래커(eye tracker)를 착용한 채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싼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 벽에 판교역 방향으로 이동하는 실제 운전 상황이 펼쳐졌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높이는 적당한지, 새로운 기능이 운전자의 시선을 방해하진 않는지 등을 검증하고 향후 양산할 차량 개발에 반영한다.
2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에 있는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은 현대차·기아 연구원이 사전 모집한 고객을 초청해 UX 연구를 하는 공간이다. 시뮬레이션 룸에 들어가자 중앙에 테스트 차량이 설치돼 있었다. 설정을 아반떼에서 GV80으로 바꾸니 테스트 차량의 크기·운전대 높이·좌석 간격 등이 GV80에 맞게 바뀌었다. 전면엔 LED 모듈 730개로 구현한 시야각 191도의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실제 운전하는 것과 유사한 환경을 연출했다. 테스트 차량 내부에 있는 카메라와 센서가 운전자의 시야, 핸들링 강도, 페달링 정도 등 수백여 가지 운전자 데이터를 수집한 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차량 개발에 영향을 준 방문객에게는 사례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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