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경찰서 서현지구대 박성식(34) 경사의 휴가 계획은 남다르다. 4교대 근무로 밤낮없는 일상 후 주어지는 귀한 휴가, 대부분 해외여행을 꿈꿀 그 시간을 그는 1년에 최소 두 번 이상 해외선교를 떠나는 데 사용한다. 화려한 관광지에서 돌아온 뒤 밀려오는 공허함을 견딜 수 없어 찾은 길이다. 이는 범죄 현장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고치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었다.
박 경사는 2일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절망에서 희망을 찾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다. 지난달 29일 키르기스스탄 단기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최근 3년간 5개국을 오갔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선교에 뜻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15년 경찰 임용 후 수많은 비극을 접하며 마음에 병이 들었다. 한때 꿈꿨던 결혼이나 출산 같은 평범한 미래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쉬는 날엔 사람을 피해 집에만 틀어박히기 일쑤였다. 일기장에는 ‘끔찍한 현실에 익숙해지면 사람을 비관적으로 보게 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나 사랑 같은 마음은 사라진다’며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변화의 시작은 2023년 필리핀 해외 선교였다. 그는 “여행은 다녀오면 추억이 희미해졌지만 선교는 돌아와도 내 삶에 대한 기대와 행복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선교지에서 만난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너무나 해맑았다. 박 경사는 가진 것 없이도 행복한 아이들을 보며 오히려 자신이 불행하게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깨달음은 해외선교에서 방문한 교도소에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수감자들이 환한 미소로 그를 반기자, 경찰로서 적대감을 가졌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는 “나를 보고 웃어주는 그들 앞에서 나의 마음은 그렇지 못해 너무 미안했고 하나님께 죄송했다”며 “경찰이 된 후 처음으로 범죄자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선교는 그의 일상과 현장을 바꾸었다. 반복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는 가정폭력 현장에서 신고자의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들어주자 “내 얘기를 이렇게 들어준 사람은 없었다”는 감사 인사가 돌아왔다.
1년에 최소 두 번 이상 해외 선교를 떠나지만 그것만으로는 선교에 대한 마음을 다 채울 수 없었다. 해외선교 기회가 많은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에 출석하면서 교회에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청년들에게 경제 지식을 가르치는 소모임을 함께한다. 여기서 나온 회비는 전액 선교 후원금으로 사용한다. 한때 결혼과 가정을 두려워했던 그는 이제 ‘상대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며 더 큰 행복을 만드는 과정’으로 결혼을 이해하게 됐다.
청년 경찰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한다. 먼 훗날 선교지에 아이들이 마음껏 배우고 예배할 수 있는 작은 교회와 학교를 짓는 것이 새로운 목표다. 박 경사는 “내가 만든 작고 밝은 세상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크고 밝은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며 “내 삶이 그 밀알이 되기를 기도한다”며 웃었다.
용인=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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